‘이해’와 ‘오해’
이번 몽골여행 중 특별히 생각하게 된 키워드이다.
왜 하필 이 단어들을 여행과 더불어 생각하게 됐을까..
그건 길을 잃고 혼자 헤매다 돌아와, 동행했던 무리들을 마주하고 나서의 에피소드 때문일 거다.
타왕보그드 국립공원 내 3~4,000여 미터 고산간지역 한 지점에서 홀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렸던 숙은 1시 30분쯤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오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기로 했다. 동행했던 무리들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기 전에 당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야 아무렇지도 않게 그날 자신의 ‘길 잃음’ 을 하나의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유쾌하게 나눌 수 있을 테니까!
지금 있는 이곳에 올라가기까지 바짝 긴장을 하고 주변을 수차례 둘러보았던 터라 스스로에게 홧팅!을 외치며 조심조심 길을 만들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만치서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줄기소리를 쫓아 제법 가파른 모래자갈밭길을 수차례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여기서 혼자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큰 낭패이기에 엉금엉금 뒤로 돌아 썰매에 안기듯 거의 누운 자세로 말이다.
“하나님! 저 무사히 가도록 지켜주실 거죠? 믿습니다~~~ ㅎㅎ”
바짝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느라 가져갔던 물 한 병을 수차례 나누어서 다 마시고 나서 계곡에서 콸콸 쏟아지는 차가운 생수를 새롭게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길을 잃었던 그곳! 그 분기점에 무사히 가기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숙은 사뭇 비장한 심경으로 스스로를 이렇게 부추기고 달래며 물길을 따라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내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기 저만치에 바로 그 분기점이 보이는 것이다.
“야호~~ 이제 됐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숙은 안도하며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가 확실히 드러나는 그 길로 들어섰다. 이제 조금후면 베이스캠프에서 기다리고 있는 임대장 무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때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는 사뭇 다른 파장의 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듯 예민한 촉이 세워진다.
뒤돌아보니 저어기 자갈 가득한 산에서 무리 지어 내려오는 일행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저들은 숙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흔들고 있었다.
“아~~ 일찍들 내려오시는구나! 잘 됐네~ 아주 딱 맞게 내려왔어! ㅎㅎ”
숙은 반가운 마음에 같이 손을 흔들어대며 오던 길을 되돌아 저들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만면에 환한 웃음꽃을 피우면서 말이다..
“여기서 이렇게 단독행동 하시면 안 됩니다. 저희 숙님이 조난당했는지 알고 얼마나 놀랬는지 아십니까?”
“어쨌든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숙을 맞이한 임대장은 그렇게 간단한 몇 마디만 던지고는 총총 앞으로 가버린다.
“어….??……….”
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도 환하게 미소 지으며 행복한 몸짓으로 반기며 달려들었던 숙은 의외의 차가운 반응에 얼떨떨하다.
“어?? 이건 뭐지?… 그리고 베이스캠프에 있던 임대장이 왜 이들과 같이 있지??…”
당혹스럽게 멈추어 서있는 숙을 향해 나머지 일행들이 줄줄이 따라서 한 마디씩 한다.
“저희들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넘 힘이 들어 도중 하차하고 내려오는 길이었어요.”
“우리 세명은 베이스캠프에 있다 지루해져서 뒤늦게 중간 지점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죠.”
“그래 10분 전쯤에 대장님 만났어요.”
“서로 숙님 왜 없냐고 묻고는 실종된 거 알아차리고는 식겁했죠. 정말 큰 일 났는 줄 알았어요. “
“순간 대장님 얼굴이 하얘지셨어요!”
“저희는 숙님이 중도에 포기하고 하산하셨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곳에 함께 있지 않으셨다 하니 너무 놀랬어요!”
“숙님이 조난당했다 생각했어요!”
…
…
…
“전 일부러 단독행동한 게 아니거든요! 그동안 저 길을 잃고 헤맸어요! 여러분 만나 너무나 반가웠는데.. 이리 냉담하시다니요!! “
“여러분은 10분간 놀랬지요? 전 2시간여 동안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고 돌아다녔다고요!!”
숙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서러움에 분노의 언어를 마구 퍼부어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숙은 그때 어떤 말들을 쏟아냈는지 하나하나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총무를 맡아 헌신적으로 임무를 감당했던 백이 뒤에서 폭 끌어안고 같이 눈물지으며 위로했던 기억만 어렴풋하다..
그녀의 일생에 딱 두 번 그렇게 소리 지르며 버럭 화를 내고 엉엉 울어댄 적이 있었다. 한 번은 결혼 후 남편 앞에서, 다른 한 번은 친정엄마 앞에서..
그런데..
낯선 이들과 함께 한 여행지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모양새로 이렇게 폭발한 것이다!
그녀의 인생 세 번째로..
정신 차리고 보니 한없이 부끄러웠다..ㅠㅠ
무사히 돌아왔고..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온몸으로 체험했고..
두려움을 용기로 전환시켜 담대하게 발걸음을 옮겼던 자신이 맞는가 싶었다..
당시 ‘분노’는 순전히 숙의 입장에서만 비롯된 것이었다..
‘이해’와 ‘오해’
한 글자 차이가 곁에 있는 사람을 바짝 붙이기도, 저어 멀리 몰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 한 끝차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뀐다…
숙은 무릎 꿇어 그분께 자신을 내어보인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기 위해 오늘도 넌 인생여행을 하고 있는 거다. 수많은 오해를 이해로 바꾸어 나가는 것! 그것이 여행의 이유이자 결과가 돼야 한단다~”
그분이 움추러든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이렇게 넌지시 말씀하시는 듯하다…
그분은 절대 날 오해하지 않으신다.
참 좋으신 나의 하나님..
이렇게도 형편없는 나를 나무라지 않으시고 여전히 부추기고 세워주신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고후5:17)
감사합니다. 다시 일어나 새롭게 자신을 세워나가겠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부르시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