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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와의 전쟁: "내 아이가 괴물이 되었습니다"

심리상담 이야기

자녀의 사춘기는 많은 부모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낯설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렇게 잘 따르던 아이가 이제는 말도 잘 안 듣고, 눈을 마주치기조차 피하려 하고, 집 안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나?”, “어떻게 해야 하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대화를 시도할수록 오히려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의 갈등은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통과의례다.


사춘기는 뇌와 몸이 동시에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이다. 신체적으로는 거의 어른이 되어가지만 정서적으로는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예전의 아이가 아니라 점점 독립된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자녀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스스로 정의하기 위한 치열한 내면의 싸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의 거리두기, 반항, 무시, 짜증 등 다양한 형태로 그 감정이 표현되기도 한다.


이 시기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화는 훈계나 충고의 형태가 되기 쉽다. “요즘 왜 그래?”, “그 태도는 뭐니?”라는 말보다,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라는 식으로 아이가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말을 들을 때는 판단이나 해결하려는 태도보다는,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가 “몰라요”, “귀찮아요”, “그냥요”라고만 대답할지라도, 그 속에는 여전히 말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끌어내는 속도가 아니라, 아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춘기 자녀는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부모의 간섭은 싫어한다. 이 모순된 태도는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심리적 독립을 위한 과정이다. 아이는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갖고, 그것을 지켜내고 싶은 욕구가 커지지만, 동시에 그 선택이 안전한지에 대해 확인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종종 부모의 반응을 시험하듯 과격한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아이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한 발짝 떨어져서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한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중요한 일일 수 있겠구나.”라는 식의 반응은 아이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부모 역시 완벽할 수 없다. 때로는 화가 나고, 속상하고, “도대체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 때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지금 이 시간이 부모로서도 성장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자녀가 혼란을 겪고 있듯이 부모도 같이 혼란을 겪는 것이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혼란을 외면하지 않고, 같이 견디는 것이다. 아이가 믿고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사람으로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지지이다.


사춘기는 잘 자라오던 아이가 무너지는 시기가 아니라, 진짜 자기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기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 갈등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를 실험한다. 물론 이 실험의 대상은 대부분 부모이기에 상처도 가장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부모와의 관계는 여전히 아이에게 중요한 기준점이다. 갈등이 있다 해도, 완전히 관계가 끊어진 것이 아니라면, 아이는 여전히 부모의 눈빛, 말투, 태도 속에서 자신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잘 푸는 기술보다 버텨주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비난하거나 몰아세우기보다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싶어”라는 태도로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아이가 스스로의 언어로 마음을 열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아이와 진짜 어른의 관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아이를 바꾸려 하기보다, 아이가 자신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라, 부모의 시선과 행동, 인내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간의 결과이다. 지금 무척 힘들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당신도 성장하고 있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은 결국 서로가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고비를 함께 건너는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부모로서의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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