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Fidat Money'다.
화폐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화폐를 만든다.
비트코인은 피다트 머니다
– 명령받지 않고, 신뢰받기를 바라는 존재로서의 화폐
1. 피아트 머니, 존재를 명령받은 돈
“Fiat money”는 존재의 문법부터가 다르다.
라틴어 fiat은 “있어라”는 명령형이다.
즉, 피아트 머니는 권력에 의해 선언되며 존재를 획득하는 화폐다.
정부가 달러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면,
달러는 통용된다.
거기에는 신념이 아니라 명령,
희망이 아니라 권위가 있다.
달러는 실물과 무관해도 존재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선언하면,
그 순간부터 그것은 화폐다.
2. 비트코인, 존재를 바라는 돈
비트코인은 다르다.
그 누구도 **“이것은 화폐다”**라고 선언해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강제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존재하길 바랐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그 존재를 믿고, 그 믿음을 통해
그것을 화폐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Fidat Money라 부를 수 있다.
fidat는 라틴어로 “믿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의 접속법이다.
피아트 머니가 명령으로 존재를 획득했다면,
피다트 머니는 믿음을 통해 존재가 인정되길 희망하는 구조다.
3. 비트코인의 온톨로지: 존재 조건으로서의 기술
비트코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조건을 프로그래밍한 철학적 구조물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돈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들을 코드로 설계했다.
비트코인이 존재로 승인되기 위해
내장하고 있는 조건들을 보자.
▪️ 희소성: 가치 저장의 전제
비트코인은 총 2,100만 개로 발행량이 고정돼 있다.
이는 인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없다는 설계이자,
가치 저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의 전제 조건이다.
희소성은 단지 수량의 제한이 아니라,
미래에도 동일한 가치로 남을 것이라는 기대를 만든다.
이 기대는 피다트 머니로서의 첫 번째 토대다.
▪️ 반감기: 시간 속에서 존재를 획득하는 리듬
비트코인은 약 4년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단지 공급 조절이 아니라,
시간을 통한 사회적 신뢰 구축의 리듬이다.
초기에 리스크를 감수한 참여자에게 보상이 집중된다.
시간이 갈수록 보상은 줄고,
그 대신 사회적 신뢰, 제도적 채택이 늘어난다.
즉, 반감기는 존재가 온전히 승인되기까지의 사회적 성장 주기다.
비트코인은 한순간에 존재를 명령받지 않는다.
그것은 천천히, 스스로 존재로 채택되기를 기다리는 화폐다.
▪️ 검열저항성: 신뢰의 조건으로서의 자율성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되어 있다.
어느 하나의 기관이 그 기록을 지우거나 변경할 수 없다.
이는 화폐의 중립성을 실현하고,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공통 장부’의 형태를 제공한다.
즉, 검열저항성은
비트코인이 신뢰 가능한 가치 저장소로 존재하게 만드는 구조적 조건이다.
4. 존재를 바라는 돈, 제도에 흡수되다
피다트 머니로서의 비트코인은
처음에는 소수의 신념으로 시작됐지만,
점점 제도권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현물 ETF 승인
국가 차원의 비트코인 보유 선언
대선 캠프의 준비자산 채택 공약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편입
이 모든 과정은
비트코인이 존재하길 바랐던 신념이,
사회적 승인이라는 형태로 실현되는 과정이다.
5. 결론: 피다트 머니는 ‘존재하게 된 믿음’이다
비트코인은 법에 의해 강제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그것을 “있어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그 대신,
누군가 그것을 믿었고,
또 누군가는 그 믿음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 믿음은
희소성, 반감기, 검열저항성이라는
존재의 조건을 통과하며
하나의 실재로 굳어졌다.
달러는 Fiat Money다 — 명령받은 돈이다.
비트코인은 Fidat Money다 — 신뢰받기를 바라는 돈이다.
존재는 선언될 수도 있지만,
더 깊은 존재는 신뢰 속에서 서서히 승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