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적 달러 수요를 만들 그 무엇은 무엇인가...탄소배출권의 두 얼굴
1971년 닉슨 미국 전 대통령이 달러와 금의 태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달러는 오직 미국의 신용을 바탕으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달러를 무작정 찍어내도 그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것은 달러 수요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블랙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것은 바로 석유다. 금본위제가 휴지통에 처 박힌 이후 석유가 달러의 기준(Standard) 역할을 했다. 금본위(Gold Standard)에서 석유본위제로 바뀐 것이다.
산업혁명 후 석유 시추와 사용이 일반화 됐지만 인류가 석유를 본격 사용한 것은 고작 300년 밖에 되지 않는다. 금에 비하면 역사가 일천한 석유가 달러의 패권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문제는 인류가 아주 천천히 하지만 지속적으로 석유 시대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석유는 달러의 가치를 지키는 친위대 역할을 하겠지만, 석유 시대의 종말은 구조화 되가고 있다. 구조화란 레일 위에 올라탄 열차와 같이 그 종착역이 확정돼 있다는 의미다. 단지 러닝 타임을 모르는 영화지만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로 그 끝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위대한 미국'의 부활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상한(?) 행동들을 이해하려면 현재 이같은 상황과 연결지을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미국은 석유를 지속적으로 달러 수요 펌프로 쓰고 싶어 한다. 적어도 1975년 헨리 키신저가 금 이후의 것을 찾았을 때처럼 누군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석유 이후의 그 무엇을 찾아내 "Don,t worry Mr Trump. HAKUNA MATATA!!"라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달러의 위기를 틈타 기축통화의 지위를 빼앗고 싶은, 또는 되찾고 싶은 세력은 석유 이후의 것을 찾는 데 있어 미국과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석유, 즉 탄소를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모는 이들은 트럼프의 눈엔 아주 강력한 명분을 바탕으로 석유본위제를 붕괴하려는 적들이다. 트럼프는 파기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지구온난화란 미신은 그 것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글로벌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맹비난했다.
일반에겐 트럼프의 이같은 행동이 단순히 미국의 이익을 위한 이기심의 발로라고 여길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비난하며 등교도 거부한 채 피케팅을 하며 전세계 환경 운동의 아이콘이 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도 트럼프가 지구 온난화는 거짓이라고 말할 때 마다 그를 맹비난한다.
환경 보존은 이제 후세에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있는'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필수 코스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반은 일상에서 별 관심도 없고 내막도 잘 모르는 '패권 전쟁' 운운해봤자 말하는 사람난 악당이 될 것이란 사실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다. 17세 소녀와 탄소거래제에 대한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게 트럼프 입장에선 이겨야 본전인 게임이 될 것이란 점도 트럼프는 잘 안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화폐 패권전쟁이 벌어진 것인지, 트럼프의 말처럼 패권전쟁을 목표로한 글로벌 세력이 지구온난화란 허구를 만들어낸 것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탄소배출권'이란 시장이달러 패권을 둘러싼 전쟁의 장이 됐다는 사실이다.
탄소배출권이란 인류가 만들어낸 달러만큼 기상천외의 상품이다. 그 것은 석유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지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신재생 에너지 점유율이 높은 유럽 선진국 입장에선 팔 수 있는 탄소배출권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탄소배출권을 팔려면 여전히 석유 수요가 뒷바침 돼야 한다. 할당 받은 배출권을 다 써버린 이머징 마켓과 중국, 미국은 공장을 돌리려면 EU 국가들로부터 배출권을 사야 한다.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패권을 쥐려는 글로벌 세력이 원하는 건 석유 수요의 감소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탄소배출권은 거래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세력 입장에선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석유본위 제의 기축통화 달러가 그 패권을 유지하더라고 이들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자국의 화폐 수요와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 석유 수요가 억제되면 달러 수요가 줄고 가치가 줄어 달러의 힘을 약하게 할 수도 있다. 양쪽 모두 미국 입장에선 악재고, 탄소배출권 공급자 입장에선 호재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