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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의 희소성 유지 매커니즘

by 김창익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희소성 차이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희소성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구조를 택했다. 발행 총량을 2,100만 개로 제한해 두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유지되는 한 그 수치는 바뀌지 않는다. 채굴 보상은 일정 주기마다 반감기를 거치면서 줄어들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더 이상 새 비트코인이 발행되지 않는 시점에 도달한다. 따라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단순한 원칙에서 오는 희소성에 의해 지탱된다. 이 고정된 총량은 화폐적 안정성을 강조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요소이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더리움은 같은 방식으로 고정된 상한을 두지 않았다. 발행량의 절대적 제한은 없지만, 네트워크 설계 안에 발행과 소각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장치를 마련해 공급을 동적으로 제어한다. 이더리움의 희소성은 총량의 제한이 아니라 “얼마나 쓰이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발행량과 소각량이 균형을 이루며, 경우에 따라 전체 공급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는 구조다.


이더리움의 희소성 메커니즘

첫째, 발행량은 스테이킹된 ETH의 규모에 따라 제곱근 속도로 증가한다. 지분증명(PoS) 체제에서 검증자가 되려면 ETH를 네트워크에 예치해야 하는데, 총 스테이킹이 4배로 늘어나더라도 발행은 단지 2배만 증가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스테이킹이 급격히 증가해도 공급 확대가 과도하지 않다. 발행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들어 전체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고, 동시에 검증자 개개인의 보상률은 낮아져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게 한다.

둘째, 소각 메커니즘이다. 2021년 도입된 EIP-1559 이후 거래 수수료의 기본 부분은 자동으로 소각된다. 즉, 거래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에서 ETH가 태워지며 공급량이 줄어든다. 여기에 2024년 덴쿤 업그레이드에서 추가된 EIP-4844로 인해 L2 네트워크가 사용하는 데이터 공간(블롭)에 부과되는 수수료 역시 소각 대상이 되었다. 이로써 이더리움은 단순히 L1 거래뿐 아니라 L2 확장성까지 포함한 사용량 전반을 공급 축소 요인으로 연결한다.

셋째, 순공급은 발행과 소각의 균형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 활황기에는 거래량이 급증해 소각량이 발행량을 넘어서는 일이 생기는데, 이 경우 순공급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이더리움 전체 공급이 줄어든다. 실제로 머지 이후 몇 차례 그런 디플레이션 구간이 관측된 바 있다. 반대로 시장이 침체되어 거래가 적어지면 소각이 줄어들어 순공급이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며, 공급이 완만히 증가한다.

넷째, 슬래싱도 공급 감소 요인이다. 검증자가 규칙을 어기거나 악의적 행동을 하면 예치한 ETH 일부가 영구 소각된다. 비율은 크지 않지만,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더리움의 희소성 구조에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결론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발행량 상한이라는 단순하고 절대적인 원칙에서 나온다. 반면 이더리움은 발행량 상한을 두지 않았지만, 스테이킹에 따른 발행 제약과 네트워크 활동에 따른 소각 메커니즘을 통해 공급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거래와 사용이 많아질수록 더 많이 소각되어 공급이 줄어들고, 사용이 적으면 공급이 소폭 늘어난다. 따라서 이더리움은 고정된 상한이 없는 대신, 네트워크 활동량이 높을수록 스스로 희소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정리하자면, 비트코인은 “고정된 총량”으로 희소성을 보장하고, 이더리움은 “발행과 소각의 균형”을 통해 실질적 희소성을 달성한다. 두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디지털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탱하는 중요한 희소성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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