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에게

by 이플



외계인이 찾아온다면


어린 시절, 괴로운 일들이나 고민이 많은 날엔 자주 창밖을 내다봤다.

고민의 대부분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본다.

‘지금 지구를 지나가는 외계인이 있다면 내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그리고 초능력을 조금만 심어 주시면 안 될까요? 들키지 않게 잘할 수 있어요. 비밀은 꼭 지킬게요 ‘

그때 당시 텔레파시가 열풍이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텔레파시 놀이를 하곤 했는데,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댄 후 눈을 감고 상대방에게 전할 말을 집중해서 속으로 말하는 것이다.

진심을 담아 열심히 집중해서 텔레파시를 보낸다.

내가 보낸 생각들은 지구 밖에 까지 가느다란 빛으로 이어지는 것만 같았다.

당장 오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더 기다릴 수 있다.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러는 동안 나는 어른이 됐다.

그때의 고민은 시간이 지나며 좋게 또는 좋지 않게 해결되었다.


남편은 언젠가 별을 좋아하는 나에게

외계인이 찾아와서 우리 별에 가지 않을래? 하고 물으면 아마도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 후엔 생체실험을 당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험한 결말로 마무리하는 남편.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도 내가 정말 따라갈 것 같았나 보다.


‘나 안 따라갈 거 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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