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4
나는 논쟁을 잘하지 못한다. 상식이 풍부하지도 않을뿐더러 상대방이 나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개진하면 쉽게 흥분하고 또 그것이 얼굴에 명약관화하게 드러난다.
살아가다 보면 어떤 문제에 대해 논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공적인 모임이든 사적인 모임이든 논쟁의 끝은 영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남긴다. 상대방이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백기를 들기를 바라면서 ‘항상’, ‘절대로’, ‘반드시’ 등의 강한 어조를 써가며 목소리를 높이다가 결국 얼굴이 벌개 지곤 한다. 물론 공적인 논쟁에서는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를 먹는다. 박학다식하지 못한 나는 논쟁이 끝나면 대체로 패배자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나중에 포털을 뒤져 나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찾아보며 왜 그때 이 걸 이야기 못했지 하며 분해(?)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나의 상대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 상대방은 어떨까? 그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나를 존경하게 되는 일은 없을뿐더러 관계가 좋아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논쟁을 피하는 것이다. 방울뱀을 피하듯, 지진을 피하듯 논쟁을 피하라. 논쟁이 끝날 때, 논쟁을 벌이던 사람 중 열에 아홉은 자신이 절대 옳다는 확신을 더욱 굳힌 상태가 된다. 논쟁은 이길 수 없다. 논쟁에 지면 진 것이고, 이긴다고 해도 진 것이다. 왜냐고? 글쎄, 다른 사람에게 승리를 거두고, 그의 주장에 구멍을 숭숭 뚫어 놓고, 그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고 하자.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기분이 좋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상대방은 어떤가? 당신을 상대방이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그 사람은 당신의 승리에 분개하리라. 자신의 의지에 반해 설득당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
-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 현대지성,
부처님께서도 모든 수행자들에게 논쟁의 무익함을 간절하게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논쟁이 수행자들 사이에 일어나면, 이들 가운데 득의와 실의가 엇갈린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논쟁하지 말아야 한다. 칭찬을 얻는 것 외에 어떤 이익도 없기 때문이니라.”
또한 부처님께서는 만약 누군가가 논쟁을 하자고 덤벼들 때의 대처 방안 역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견해를 가지고 논쟁하여 ‘이것이야말로 진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대는 그들에게 ‘논쟁이 일어나면, 그대와 상대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 말하시오.”
- 원빈스님의 금강경에 물들다, 원빈스님 강설, 도서출판 이층버스.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라고 한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입은 다물고 귀는 열어야 한다. 이렇게 만이라도 하면 일단은 소중한 사람을 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된다. 화나고 억울한 일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쏟아내는 감정을 묵묵히 받아 줄 ‘듣는 사람’이다. 아무런 위로의 말을 듣지 않아도 그저 들어주는 사람이 앞에 있는 것만으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이 풀리게 된다. 거기에다 ‘듣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말로 맞장구를 쳐주면 금상첨화의 효과가 발생한다. ‘맞나?, 화났겠네, 그 사람 좀 이상한 것 아니가?, 네가 잘 못한 것은 없다, 내가 가서 한 대 패 줄까?’ 공감의 고개 끄덕임과 눈빛은 기본 반찬이다.
경청을 방해하는 잘못된 듣기 자세 6가지는 다음과 같다. 즉 잘못된 경청의 6가지 유형이다.
하나, 거짓 경청(pseudo-listening) : 실제로 듣지는 않고 몸만 앉아 있는 것. 정말 관심이 없지만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 할 때, 혹은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집중된 주의력이 필요치 않을 때 경청하는 척한다. 질문을 하면 거짓 경청이 금방 들통난다.
둘, 독점하기(monopolizing) : 말하고 있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의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는 것을 말한다. 전형적인 독점 전술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경로 재설정(conversational rerouting)이다. 이것은 대화의 주제를 자기 자신에게 되돌리는 것으로 대화의 초점을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추게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말 가로막기(blocking)이다. 대화 경로 재설정과 결합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모든 말 가로막기가 독점을 위해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관심을 보이고, 지지를 표명하고, 또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기 위해 말을 가로막기도 한다.
셋, 선택적 경청(selective listening) : 커뮤니케이션의 특정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에 주목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경청은 어느 정도 선택적이다. 그러나 선택적 경청이란 관심 없는 메시지의 일부를 차단하고 우리가 관심 있는 토픽에 우리 주의를 고정하는 것이다. 불편한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하며 듣지 않는 경청을 말한다.
넷, 방어적 경청(defensive listening) : 비판적이거나 비열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인신공격, 비판, 혹은 적대감을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전방위적 비판을 예상하면 전반적으로 방어적이 된다.
다섯, 반격용 경청(ambushing) : 화자를 공격할 목적으로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을 말한다. 경청하지 않은 유형과는 달리 반격용 경청은 매우 주의 깊은 경청을 수반한다. 하지만 주의 깊게 경청하는 동기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를 공격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의도적으로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공격하기 위한 구실을 찾기 위해 경청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방어적 자세를 이끌어 내는 경향이 있다.
여섯, 문자적 의미 경청(literal listening) : 내용 수준의 의미만을 듣고 관계 수준의 의미는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내용 의미, 문자적 의미뿐만 아니라 관계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데, 관계 의미는 권력, 반응성, 그리고 사람들 간의 호감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문자적 의미만 경청할 때, 내용 수준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관계 수준에서 전달되는 것은 간과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과 그들을 우리 자신과 연결 짓지 못한다. 문자적 의미 경청은 다른 사람을 부정할 수도 있다.
- 대인관계와 소통, Julia T Wood, 한경사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상담자의 입장에서 맺어 간다면 당신은 반드시 사랑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당신 주위에 사람이 몰릴 것이다. 토론이나 논쟁을 벌일 일이 생기면 ‘나는 상담자다’라고 되뇌자.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토론과 논쟁을 상담으로 바꾸자. 이것만이 당신이 승리하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