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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Sep 07. 2021

엄마 찬스가 끝났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과 굿바이를 선언하고 막상 뭘 먹지 하다가 역시 엄마 찬스가 있지 했다. 그래서 난 일단 사놓은 간단한 3분 요리 음식을 다 먹고 과일도 다 먹으면 전화를 할 요량이었다. 어제 쓰레기를 정리했다. 서울은 비가 엄청 내렸다. 난 모르겠다. 비가 내려도 버려야 할 쓰레기는 무조건 다 버려야 한다. 잠을 못 자도, 그래서 결국 또 밀린 쓰레기를 다 정리하고 냉장고를 정리하니 어느 정도 비워졌다. 간단한 물과 과일 통조림이 나를 상큼하게 보고 있었다. 난 다 정리를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은 저녁 9시가 넘었다.

전화를 했는데 막상 받지 않으셨다. 무슨 일이지? 어지간하면 받으시는 분인데..

다시 전화를 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좋지 않다 . "응 무슨 일이야?"

엄마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엄마 무슨 일 있어?"

엄마는 "아니, 잤어."

난 "이 시간에?"

엄마는 "아니 요즘은 잠이 일찍 와 "

난 "아니 그냥 전화했어"

엄마는 "밥은 먹었고?"

난 "응.."

엄마는 "반찬은 있고?"

난 "응..." 이게 아닌데 반찬을 부탁을 하려고 한 건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아니 요즘에 류머티즘이 다시 도지는 것 같아서 병원에 다니거든 , 큰 병원에 가야 되는 건지 걱정이다, 나이 들면 병이라더니.."

난 "많이 힘드시지?"

엄마는 "글쎄..그래"

난 "엄마 그럼 내가 서울에 예약 해 놓을 테니 올라오셔"

엄마는 "너 바쁘잖니, 아이고 됐어. 여기도 잘해"

난 "엄마! 그냥 올라 오셔!" 나도 모르게 음성이 높아졌다.

내 성격을 아시고서는 바로 이야기하셨다.

엄마는 "그래 알았다, 그럼 올라갈 때 연락 하마"


전화를 끊고 내가 화가 났다. 도대체 '넌 언제까지 엄마 찬스 쓸거니, 좀 정신 차리자!!'

그리고 난 마트에 가서 몇 가지 반찬거리를 사서 직접 했다.

언제 오실지 모르는 엄마를 위해서 반찬을 해 둬야지 오시면 난감해하실 것 같아서 난 그동안 내가 엄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화가 나기 시작했다.

간은 맞지 않았고 설탕과 간장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서는 결국 다 버리고 오늘 다시 장을 보기로 했다.

엄마는 평생 밥만 하고 살았다. 그래서 그 손으로도 아직도 밥을 하고 나이 서른이 넘은 딸을 위해서 반찬을 바리바리 싸 보내고 난 또 좋다고 먹었으니 , 이제 엄마 찬스는 끝났다.

내가 엄마 찬스를 할 생각이다.


그래야 조금은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눈물이 많이 났다.

오늘 아침 예약을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정말 가도 되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셨는데 난 그랬다, "엄마 엄마는 내가 감기만 걸려도 나를 엎고도 뛰었었잖아, 난 엄마를 엎고 뛰지는 못하지만 맘으로 같이 뛸게"

엄마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셨다.

"고맙다"

갑자기 정적이 울렸다. 난 "엄마 이제는 엄마가 딸 찬스를 써"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괜찮다. 엄마 찬스가 끝나도, 그동안 엄마 너무 힘드셨다.

이제라도 딸 노릇을 해야겠다. 여전히 비가 많이 내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을 했다.죽은 자식은 효자가 많고 산 자식은 효자가 없다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난 그 옛말의 자식이 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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