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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Oct 13. 2021

소풍날, 엄마 김밥의 추억

지금은 코로나로 별다른 소풍이 없지만 내가 살던 시절만  해도 소풍이 있었다. 난 시골 출신이라 가는 곳이 정해졌었다. 그래서 소풍이 어디입니다 하면 , 또? 거기야 하는 반응이었지만 소풍은 소풍, 그래서 전날에 다음날 최소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어린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소풍 하면 꽃은 엄마의 도시락 바로 '김밥' 엄마는 김밥을 두 종류로 싸주셨는데 하나는 내 것으로 하나는 선생님 것으로 난 그때 엄마에게 부당하다고 다투었던 기억이 있다. 내 김밥에는 단무지 소시지 맛살 이렇게 딱 3가지였는데 선생님께 드리는 김밥에는 단무지 소시지 맛살 햄, 무려 4가지나 들어갔다. 이런 난 그래서 "엄마 왜 차별이야!!" 라면서 투정을 부렸는데 엄마는 "따로 인사를 못 드리니 슬쩍 가져다 드려라" 그렇다, 나 말고도 선생님께 김밥을 건네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처럼 일층 김밥은 기본이고 어떤 친구는 과일까지 그러니 난 뭐 ..평타.. 인 거다.

"선생님 이거 저희 엄마가.." 하고 드리면 선생님은 "아니 여기도 많은데 감사하다고 전해드려라" 하시며 웃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선생님은 알게 모르게 받으셔서 내 기억에는 도시락이 꽤 있었던 것으로 잔상에 있다. 친구들은 알게 모르게 전달한 거다. 엄마는 알고 계셨던 거다.

난 엄마 속도 모르고 그렇게 했으니 철부지 딸이었다.

어쨌든 난 엄마가 싸 준 김밥까지 과정은 정말 신났다.

일단 엄마는 전날 20줄을 싼다.

가족이 4명이니 공평하게 먹겠다는 엄마의 생각이다. 아빠는 통으로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그러니까 칼집이 들어가지 않은 통으로 드시는 걸 좋아하셔서 엄마가 첫 줄을 싸면 통으로 드신다. 이유는 한 입 가득 들어오는 그 식감이 좋아서 어렸을 때 그렇게 못 드셔서 아빠는 그 트라우마 때문에 그렇게 드신다다. 엄마는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으신다. 그리고 밥에 증기가 쏴악 하게 올라올 때 참기름과 맛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 맛을 보시고 김에 밥을 올리고 단무지 한 개를 두 개로 나눠 썰고 소시지 올리고 맛살도 하나를 반으로 나눠서 올리고 돌돌 말아서 마지막 김 끝단에 물을 살짝 묻혀서 힘을 꽈악 눌려서 완성하면 김밥 한 줄이 완성이 되었다. 

옆에서 보면 침이 넘어간다. 뭐 재료 3가지 들어가서 맛이 있겠어? 하겠지만 어쨌든 특식이니 난 좋았다. 다음날 쌀 것들을 빼면 대충 10줄 못되게 남는다. 그럼 그걸로 저녁을 먹었는데 아빠도 김밥을 엄청 좋아하셔서 엄마는 "자기가 애야, 애들도 먹어야 해" 라며 웃으셨다. 아빠는 "애들만 입이야 나도 먹어야지" 하시고 응수하셨고 난 "아빠 우리는?" 하고 응수하고 그렇게 웃음으로 먹었다. 엄마가 쓱쓱 썰면 끝에 남은 하나를 서로 먹겠다고 기다렸다가 싸우기도 했지만 엄마는 "싸우지 말아, 엄마가 봐서 다음에 또 싸줄게" 하면 "진짜?"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기다렸다. 그럼 엄마는 거짓말처럼 김밥을 싸주셨다.

역시 엄마는 약속을 잘 지키셨다. 소풍에 먹는 김밥은 정말 맛있었다. 친구들은 뭐 가짓수가 많은 김밥을 싸와서 내 기를 눌려 보겠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먹었다. 뭐 엄마가 싼 건데 그게 대수겠나.

엄마는 내 빈 통을 보시며 무척 좋아하셨고 "내년에는 좀 더 재료를 넣어줄게" 하셨지만 가난한 우리 형편에 개수는 늘지 않았다. 엄마 아빠를 탓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형편이 엄마를 더 힘들게 했겠지 했다. 같은 김밥인데 소풍에 먹는 김밥은 왜 더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먹었던 김밥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집에 가는 길에 유명한 김밥집이 있다. 그래서 가끔 사 먹기는 하는데 그때 그 맛은 아니다. 당연히 재료도 더 들어가고 밥도 더 많다. 추억이 있는 김밥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엄마의 손맛 때문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생각해보면 지혜로우셨다. 없는 가정형편에 가능하면 자식들이 눈치 없이 살게 하려고 노력했던 엄마, 엄마는 서울에 오시면 가끔 김밥을 싸놓고 가셨다. 내가 밥을 잘 안 해 먹으니 궁여지책으로 해 놓고 가시는 거다. 그날은 말은 안 해도 정말 감사했다. "엄마 힘드신데 이걸 또 ." 엄마는 "어쩌니 먹을 것도 없던데" 하시며 쿨하게 답하시고 고향으로 가셨다. 이렇게 난 또 철없는 딸이다. 엄마는 자신은 음식 솜씨가 없다고 하시는데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엄마는 우리 집 일류 요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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