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출간해 주신 읽고쓰기연구소 편집자님이자 대표님이 신간 소식을 알려주셨다. 정년퇴직을 하고 19년 동안 수업을 하신 분의 이야기이다. 얼핏 계산해도 80세 정도로 나의 부모님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40년의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신 분이 어떤 미련이 남아 교육을 계속할 생각을 하신 것일까? 저경력 교사도 퇴직을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책을 구입해 두고 여러 일정으로 미루다 날 잡아 이틀 동안 다 읽었다. 가르치지 않는 교실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책 전체를 꿰뚫는 생각은 틀이 없다는 것, 스스로, 창의성, 호기심, 생각하는 힘, 독서 등이다. 아이들은 생각하는 힘이 있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독서와 토론으로 이런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다. 틀에 짜이지 않은 기발하고 다양한 수업 내용은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자극하고 키운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저학년은 주 4회 1시간, 고학년은 주 1, 2회 한두 시간씩 봉암교육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13평 미니 아파트를 거점으로 전국 각지에 다니며 배움을 쌓아 나간다.
책은 봉암(저자의 아호) 교육의 탄생기, 자연 속에서 보낸 이야기, 역사 기행, 글쓰기, 창의력, 회상의 내용을 담은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어떤 때는 아이들끼리 역사와 자연을 탐방하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자연물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충만한 선생님과 다니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꼬마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났을 것이다.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는 선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배움의 발견」, 「나, 건축가 안도다다오」, 「학교혁명」, 「거꾸로 교실」 등 여러 권의 책을 구입했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많았다. 책을 다 읽은 후 봉암에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님과 봉암 출신자들, 지금은 교사, 대학생, 회계사, 한의사 등이 되어 있는 이들의 글을 읽었다. 선생님의 그간의 노고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보낸 선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나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남은 교직 생활 동안 이분을 떠올리며 핑계 대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책에는 내가 갖고 싶은 컵, 별난 입사시험 문항에 답하기, 시집 함께 읽기 등 수업에 대한 팁도 많이 담겨 있다.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해보고 싶다. 책에 소개된 권정생 생가나 기념관, 창녕 우포늪에도 가보고 싶어 진다. 교사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얼마 전 저자인 권정언 선생님이 봉암 출신자와 학부모님을 불러 모아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19년 간의 봉암에서의 시간을 책 선물로 멋지게 마무리하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다. 퇴직과 함께 자신만을 위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보통의 교사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천상의 교사다. 전국의 초등학교 도서관에 내 책과 함께 이 책이 꽂히기를 꿈꿔 본다. 선생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