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가는 수요일, 퇴근 후 볶음밥을 해 놓고 도장으로 갔다. 관장님은 안 계시고 사범님과 아이들이 틈에 군대에 간 대학생이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 와 있는 게 보였다. "저 알아보시겠어요?" 당연하지요. 포천에서 복무 중인 그는 더 건장해진 것 같았다. 대학생 때처럼 1일 사범을 자처하며 수업 내내 함께했다. 운전병을 하면서 태권도 시범단 활동도 한단다. 저번에 너무나 멋진 평원 품새를 보며 감탄한 기억이 난다. 수업 중간에 보이는 시범을 보니 실력이 더 는 것 같았다. 숫기 없어 보이던 과거와 달리 말도 엄청 자신 있게 잘했다. 우리나라 태권도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흐뭇했다.
밸런스 패드에 한 발을 놓고 런지 자세로 30초 버티기를 양발 두 번씩 한 후 발을 들었다 놓는 런지를 12번씩 했다. 이로 인해 더 튼튼한 다리가 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허벅지 통증이 생각보다 커서 중간에 무릎을 내려놓기도 했다. 아이들과 같이 3분 달리기를 하고, 다리 찢기를 한 후 품새를 시작했다.
고려를 시작으로 태극 7장과 금강을 구령에 맞춰 한 번, 없이 서너 번씩 했다. 금강 학다리서기 연습을 그동안 틈틈이 해서인지 균형 잡는 게 나아졌다. 첫 동작에서 손을 너무 위로 드는 것과 손날 안 막기 때 몸을 옆으로 더 돌리는 것만 고치면 좋겠다고 사범님이 말씀하셨다.
첫 수업이 끝나고 바닥에 매트를 깔다가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하고 살짝 나왔다. 땀이 많이 났던 터라 찬 바람이 시원했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수업하고 일하느라 녹초가 된 데다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인지 수요예배 설교를 들으며 졸았다. 그래도 기도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월, 수, 금 가는 시간이 모두 달라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시간대별로 수업 내용이 조금씩 달라 다 할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