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박건우)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했다. 요즘 관심 있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모든 살림살이가 가방 하나에 들어 있다는 것이 신기해 궁금했다. 여행 가이드에서 인솔자로, 여행 작가와 유튜버로 활동하는 그는 일본 부인을 두기도 해 여행이나 이동이 잦다. 언제 어디서든 짐을 쌀 준비가 된 채 살아가는 것이다. 연중 반은 외국에 나가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 남겨진 짐이 적을수록 좋을지도 모른다. 양말 하나에 속옷 하나를 매일 손빨래할 자신이 없기에 나는 이런 극단적인 미니멀리즘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에게서 배울 점은 정말 많았다.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이나 영상을 많이 접하다 보니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많은 분들이 원래 맥시멀리스트였고,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후 삶의 변화를 느꼈다. 책의 저자 역시 젊은 시절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여러 대의 기타와 엠프를 비롯한 장비들로 짐이 많았다고 한다. 빚진 삶이 싫어 기타 연주를 접고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해 빚을 갚은 후 떠난 여행에서 연상의 일본인을 만나 결혼한다. 둘이 어쩜 이렇게 닮았는지 이들은 결혼 후에도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 산티아고 순례도 여러 번 다녀왔는데 나중에는 에코백 하나로 갔다고 하니 여행과 짐 싸는 데는 도사들이다.
둘째,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게 된다. 짐을 줄이게 되면서 쓰레기 역시 줄고 결국 지구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저자는 그동안 옷을 의류함에 버린 것을 후회한다. 버려진 옷들이 개발도상국으로 건너가 헐값에 팔리며 그 나라의 경제를 어지럽힌다는 걸 처음 알았다. 중고 거래가 귀찮다는 핑계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옷을 버렸는지. 앞으로는 적게 사고 적게 버리도록 해야겠다. 얼마 전 근처 제로 웨이스트샵에 가서 주방용 비누를 구입했는데 장갑을 끼지 않고 그릇을 닦아도 손이 거칠어지지 않아 좋은 것 같았다. 샴푸나 바디 워시 대신 비누를 사용한 지도 오래되었다. 저자는 치약도 쓰지 않는다는데 나는 그것까진 어려울 것 같다.
셋째, 다른 이들에게 전파하고 싶어 진다. 지구를 위한 일을 같이 하면 좋기도 하지만 짐이 많을 때보다 마음이 여유로운 걸 경험하고 나니 저절로 입이 열린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쓰고 유튜브를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생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물건만 미니멀하게 관리하는 게 아니다. 사진도 때때로 지우고, 파일은 물론 인간관계나 선물도 미니멀하게 한다. 물건으로 주고받는 선물보다는 먹고 없앨 수 있는 기프티콘을 선호한다. 남이 주는 명함은 사진으로 찍고 돌려준다고 한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용량이 적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수시로 지워서 쾌적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가 많아지면 경제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좋은 물건을 고르게 되어 그런 건 기우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건강한 소비를 하면 기업들도 그런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니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이익일 수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또 작은 책장 하나를 비우고 버렸다.
* 목소리 리뷰
* 저자의 채널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fatN9tBdv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