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스 디자이너 합격자 안(Ahn)

by seezak

2025년 10월 ~ 2025년 11월 2개월간 한 번도 빠짐 없이 포트폴리오 피드백 모임에 참여해주신 디자이너 안(Ahn)님께서 토스(주식회사 비바리퍼블리카) 디자이너 채용에 합격하셨습니다.


평소 안(Ahn)님의 생각을 들으며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느꼈는데, 다른 디자이너 분들과도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어서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용기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안(Ahn)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안(Ahn)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안입니다. 현재 취업한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하게 되었고, 대학교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디자인은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해서, 취업까지 약 2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진로에 관해서 방황을 많이 했었는데요. 원래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자고 마음을 먹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취업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정말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취를 이루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도 대학교를 마치고 취준의 기간이 꽤 길었어요. 아무래도 비전공자로 시작했다 보니 내가 어떤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까 늘 고민했던 것 같아요.

물론 서류부터 계속 떨어지다가 한두 군데씩 붙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기뻤는데, 또 면접을 준비하면서는 과연 내가 진짜 준비가 된 사람인가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취업 후 주변의 축하를 많이 받았지만 아직은 성취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보다 앞으로의 업무에 대해서 다시 걱정이 많은 시기인 것 같아요.


심리학과 졸업 후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이 있으신가요?

그 중에서도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사실 디자인만큼 저는 심리학이라는 분야도 꽤 좋아했는데요.

다만 당시의 저는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한다는 건 좀 더 명확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앉아서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대학원 진학 전부터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명확히 있는 동기를 보면서 ‘아, 나는 연구자의 길을 가야 할 사람은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인은 제대로 배운 적 없지만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였어요. 아름다운 무언가를 볼 때 행복한 사람이었고, 미술을 하는 친구들을 동경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학교 인지심리학 수업에서 심리 상담 챗봇을 연구하는 과제를 맡게 됐는데, 그때 처음 UX/UI 디자인을 접하게 되었어요. 당시 저는 심리 상담의 주체가 AI가 될 수 있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던 사람이었는데요. 정교한 대화 설계를 통해 챗봇으로도 실제 상담에서의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난 이런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일단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디자인이 재미를 느끼고 더 파고들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취업 준비는 혼자서 하셨나요? 준비 과정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취업을 한 상태였는데 어쩌다 보니 남자친구랑 취준 시기가 비슷해져서 같이 준비하게 되었어요. 마침 개발자라 지원하는 곳들도 비슷해서 정보 공유도 많이 하고, 포트폴리오랑 이력서를 봐주기도 했고요.

저는 디자이너 포트폴리오만 보니까 개발자들은 포트폴리오가 필요한지 잘 몰랐는데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풀어가는 게 결국은 비슷하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얻는 유의미한 조언들도 있었어요.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아무래도 창업 경험인데요. 그동안의 프로젝트들은 사실 취업을 위한 형식적인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느껴서 스스로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낀 것 같아요. 제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래서 지인 소개로 창업팀에 들어가 발로 뛰면서 진짜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경험을 해봤는데, 그게 취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당시엔 취업은 제쳐두고 이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것에만 집중해보자는 생각으로 정말 진심으로 임했거든요. 그리고 그때 경험이 면접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현재 나에게 필요한 게 뭔지, 혹은 나의 강점을 더 살릴만한 경험은 뭔지 고민해 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 나만의 밀도 있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팀에서 운영하는 포트폴리오 피드백 모임에도 참여해주셨어요. 공교롭게도 피드백 모임에 참여했던 시기에 합격 결과를 얻으셨는데, 모임 경험도 취업에 도움이 되었나요?


네, 너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람들이 내 포트폴리오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갖고, 이런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많이 배웠어요.

사실 자기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는 객관화하는 게 정말 어렵잖아요. 포트폴리오도 읽는 사람의 UX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걸 완전히 파악해 볼 수 있으니 정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 포트폴리오 피드백은 몇 번 받아봤는데, 시작 모임은 제 포트폴리오 자체를 리뷰하기보다 제 프로젝트에 대해 문제 정의부터 다시 고민해 보는 방식이에요. 어떤 프로젝트든 앞단의 문제 정의가 정말 중요한데, 그 부분을 여러 디자이너분과 고민해 보고 유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연습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프로젝트를 할 때는 유저를 만났고 또 그들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되돌아보면 정말 유저를 고려한 솔루션을 냈는가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것도 느꼈고요.

모임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한번 전체적으로 수정한 뒤로 서류도 많이 붙었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 분들이 포트폴리오 관련 고민이 많으시잖아요. 안(Ahn)님도 포트폴리오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포트폴리오는 어떤 과정을 거쳐 디벨롭 하셨는지, 나만의 포폴 팁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도 포폴에 관해 헤맨 기간이 꽤 되는 것 같아요.

첫 프로젝트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봤을 때는 정말 잘못된 포트폴리오의 정석처럼 구성했던 기억이 나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법과 틀에 내 프로젝트를 맞춰 끼워 넣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내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고민했던 과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고 흐름이 끊기기가 쉬워요.

저는 이걸 알면서도 막상 만들 때는 그래도 그 문법을 따라야 할 것 같아서 매력없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가장 마지막에 디벨롭했을 땐 그냥 내 프로젝트를 뽐내고 잘 보이려는 마음은 접어두고 이걸 처음 보는 사람도 그 흐름이 바로 이해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서 수정했어요. 앞 페이지를 봤을 때 드는 의문을 다음 페이지에서 해소시킨다는 생각으로요. 그리고 마지막에 꼭 회고 페이지를 넣었고, 실패한 프로젝트라도 내가 어떤 걸 배웠는지, 다시 한다면 어떤 액션을 할 건지 고민했던 부분을 어필하려고 노력했어요.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 뿐 아니라 안(Ahn)님의 이력서/자기소개서가 눈에 띄게 차별화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안(Ahn)님만의 준비 방법이 있었나요? 특히 자기소개서는 어떤 내용을 담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우선 내가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의 JD에 맞추는 게 첫번째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거나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 못할 경험, 이력은 모두 뺐고요.

자기소개서 같은 경우는 경력자분들의 것을 몇개 구해서 읽어본 게 도움이 됐어요. 저는 신입이다 보니 어떻게 글로 나를 어필해야 할지도 막막했거든요. 그분들의 방식을 따라하려고 하진 않았고 그냥 이런 경력자분들과 나의 자기소개서를 동시에 두고 봤을 때 내가 그럼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보통 신입에게 회사가 어떤 기대를 한다면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이나 경험의 퀄리티 보다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내가 경험은 적지만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일에 똑똑하게 접근할 수 있면서 열정적인 사람인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발로 뛰면서 유저들을 많이 만나봤다거나, 빠른 기간 안에 실력을 키우려고 여러 노력을 해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점이요. 글의 틀을 잡을 때는 JD에 적혀있는 요구 역량을 2~3개의 소제목으로 구성해서 각각에 대해 내가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 풀어쓰려고 노력했어요.


안(Ahn)님께서 "글쓰는 습관이 디자인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신게 인상적이었어요. 관련해서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나름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정말 ‘논리력’의 싸움이라는 것을 많이 느껴요. 그런 부분에서 글 쓰는 습관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논술로 대학 입시를 했었고 고등학교 내내 논술 덕후였을 만큼 구조화된 글을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도 좋아해서 독서 모임도 꾸준히 했었어요.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관점을 논리적으로 고민해 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그런 경험들을 통해 많이 키웠다고 느껴요.

그리고 글쓰기는 정말 내 논리의 빈틈을 없애는 연습을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스터디 같은 것도 많이 하시고 스킬적인 공부도 하실 텐데 당장은 연관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어도 기본적인 독서나 글 쓰는 경험을 많이 쌓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Ahn)님은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정의하는 디자인은 ‘공감’이에요. 저는 오랫동안 이걸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디자인은 결국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그들이 원하는 걸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라는 자아에서 벗어날 줄 알아야 하죠.

저는 심리학을 공부할 때도 똑같이 느꼈는데요. 타인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그 분야에 대한 실력을 좌우하더라고요. 저는 태어나길 저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내 곁과 주변, 나아가 이 사회까지 항상 관심을 갖고 항상 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후배 디자이너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오래 취준을 하면서 저는 취업에서의 실패가 나의 실패는 아니라는 걸 늘 상기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반대로 그 회사가 나를 선택했다고 내 실력이 검증되었고, 내가 성장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내 실력과 내 성장은 내가 제일 잘 알잖아요. 저는 오히려 취업은 잘 안됐지만 하루하루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던 시기에 스스로에게 더 큰 만족과 성취감을 느꼈어요. 매일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자기소개서를 쓰던 시기에는 그 기간동안 제가 정체되고 있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았고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만큼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거고,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처럼 늦게 디자인의 꿈을 키우신 분들도 시간과 성장은 비례하지 않으니 늘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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