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한 기사를 읽고 깊은 여운을 느꼈다.
제목은 “죽어라 뛰었건만... 은퇴 경주마 50%는 도축장으로”였다.
자극적인 표현이었지만, 어딘가 모를 이끌림에 나는 그 기사를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한때 과천 경마장에서 왕처럼 대접받던 경주마들 중 대다수가 은퇴 후 잔인한 운명을 맞이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씁쓸한 진실로 다가왔다.
그중 극소수의 경주마는 승마장에서 사람을 태우는 용도로, 또 다른 일부는 번식용으로 제2의 삶을 이어갈 수 있지만, 대다수는 은퇴 후 그들의 존재가 잊히고, 심지어 도축장으로 끌려간다고 했다.
그런 경주마들을 보며, 나는 문득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 한가? 정년을 앞둔 40~50대의 기성세대, 나는 과연 그 경주마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은 아닐까?
<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
직장생활을 하며 오랜 시간 앞만 보며 달려온 나.
많은 직장인들이 경력을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직위 상승이나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특정 집단에서 오는 고립감과 무력감이 나를 정체된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성실하게 일에 충실했지만, 정작 내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놓쳤다.
눈가리개를 채운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로 목표에만 집중하며 달려왔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하루하루의 업무에 치여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던가? 경주마가 경주에서 이기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나는 직장에서의 성과와 안정된 수입만을 추구했던 건 아닐까?
<삶의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
이제는 은퇴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엄습한다.
경주마처럼 정해진 경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내 인생의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는 전혀 하지 못했다.
이직이나 창업 같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고, 안정된 직장에 안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은퇴 후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과연 나는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앞만 보며 달려온 그 시간 속에서 잊고 있었던 것은 진정한 승리에 대한 질문이었다.
승리란 단순히 경주에서의 결과물, 즉 직장에서의 성과나 보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경주마가 은퇴 후 학대받거나 잔인한 운명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고 아끼는 것이 필요하듯이, 나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나도 은퇴를 기다리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내 인생의 마지막 경주에서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더 나은 제2의 삶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삶이 나 자신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경주마의 운명 대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