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타고 유례없는 성장의 바다를 항해해 왔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일궈낸 한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성장은 당연한 것'이라는 낙관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우리가 마주한 바다는 사뭇 다르다.
짙은 안갯속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은 명확하다. 인구 절벽, 저성장 고착화,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부채에 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환율까지. 어쩌면 우리는 지난 50년의 찬란한 황금기를 뒤로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수축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축의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지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한다.
국가적 차원의 비전과 전략은 보이지 않고 경제 구조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거의 올인되어 있는 불안전한 구조,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이나 베트남에 넘겨준 지 오래고 신기술과 첨단 기술 도입에는 너무 경직된 시스템, 세계 최저 출산율에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다.
1997년의 IMF 위기와 같은 큰 위기가 오지 않아도 국민들은 '점점 더 살기 힘들다'라고 느끼는 상태가 이미 시작되었고, 개인의 삶은 평균 이하에서 결정된다. IMF 위기가 '밖(달러)'에서 왔다면 지금의 위기는 '안(원화 자산)'에서 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금 세 개의 큰 파도에 직면해 있다.
첫째, 부채 증가
가계부채는 이미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을 경신했고, 1,400조 원을 돌파한 국가채무는 GDP 대비 50% 를 넘겼다.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유사시 정부의 위기 대응 여력이 우려된다. GDP의 100%를 넘긴 기업 부채로 이자도 감당 못하는 좀비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둘째, 인구 구조 및 각종 연금 문제
합계출산율 0.7명대, 최금 1년 동안 태어나는 인구수는 베이비 붐 시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2026년 건강보험은 이미 적자 전환이 예고되었고, 인구 절벽으로 인해 낼 사람은 없고 받을 사람만 남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이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증폭시켜 성장 동력을 깎아먹는다. 생산 인구의 감소는 곧 국력의 쇠퇴를 의미하며, 이는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직결된다.
셋째, 지정학적 고립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 자원 하나 나지 않는 비기축통화국 한국의 원화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비전과 전략 없이 AI와 같은 미래의 첨단 기술 개발이나 획기적 수준의 생산성 향상은 어려울 것이다. 작지만 강한 나라로 남기를 바라지만 정치적 대립이 지속되고 각종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르헨티나 와 같은 서서히 가난해지는 국가로 전락될 위험도 있다.
대한민국은 늘 위기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왔지만, 이번 위기는 '인구'라는 넘기 힘든 파도와 싸워야 한다. 국가를 믿고 생활해야겠지만 내 자산의 생존은 스스로 챙기는 자산 배분 전략이 향후 10년 이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환율 1,400원대가 일상이 된 '뉴 노멀' 시대. 정부의 방어 의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원화 가치는 장기적으로 약세(환율 상승)의 흐름을 거스르기 매우 힘든 구조에 처해 있다. 정부의 의지를 압도하는 세 가지 거대한 압력이 원화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1) 구조적 원인
역사상 가장 긴 기간 동안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에서 미국 만큼 투자 환경이 다양하며 장기적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라도 없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불안으로 에너지 가격이 조금만 출렁여도 한국은 막대한 달러를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강력한 요인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경제 성장률을 점점 더 축소시켜, 외국인은 더 이상 한국을 ‘기회 시장’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는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싶은 통화는 아니기 때문에 원화는 위험자산의 성격이 있으며, 국력이 약해지면 화폐도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2) 정부 방어의 한계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다. 세계 9위라는 4천억 달러의 외환 보유고가 커 보이지만 위기 시에는 순식간에 녹아내릴 수도 있다. 만일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줄어든다는 뉴스가 나면 그 자체가 글로벌 투기 세력에게는 신호가 되어 환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다.
정부가 환율의 속도는 조절할 수 있겠지만 추세적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서비스나 금융 수출 약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국가가 아니라 환율 상승 시 방어막이 얇다.
3) 뉴 노멀(New Normal) 1,400~1,500원 시대의 도래
현재 환율 상황은 상단이 열려 있어 작은 국제 정세 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계 질서 변동 속에 원화는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며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버림받는 변동성 큰 화폐가 되었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언젠가 1,300원 또는 1,200원대로 내려가겠지'라고 낙관하기엔 국내외 여건이 너무 가혹하다.
따라서 원화 자산에만 올인(All-in)하는 것은, 어쩌면 침몰해 가는 배 안에서 가장 좋은 객실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독자생존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각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 시대로 돌아가면서 개인도 국가나 사회에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나 투자 활동은 단순히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어떠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삶에 더 이상 선택지가 없을 때 인간은 무력해지고 삶은 더 고통스러워지며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 자산 배분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재테크 기술이 아니라, 어떤 폭풍우 속에서도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존엄을 사는 행위이다. 우리가 내리는 오늘의 결정이 10년 뒤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금융자산의 20~40%는 달러라는 안전판으로 확보하고, 이를 미국 주식과 국채, 그리고 RP와 같은 상품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최근 달러의 위상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여전히 위기 시 가장 강력한 헷지 수단임은 변함없다. 보완책으로 금 10% 정도를 섞어 준다면 좋을 것이다. 이것은 3040 세대만의 숙제가 아니다. 60대 이후 은퇴자들에게도 20년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