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의 강아지들을 위해
식품공학 전공 후, 10년 이상 유럽계 원료사와 건강기능식품사에서 기능성 원료를 발굴하고 영양제를 기획하면서 자연스레 주변에선 영양제 추천을 종종 부탁하곤 했다. 엄마가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며 관절 영양제를 추천해달라고 하고, 피부 탄력이 떨어진것 같다고 콜라겐 뭐 먹으면 좋냐고 물어오고, 그렇게 카카오톡엔 늘 누군가의 건강이 담긴 질문들이 담겨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가 물었다. “알레르기가 너무 많아서 아무거나 못 먹이겠어. 추천받은 건 너무 비싸거나 알약이라 안 먹고, 카페에서 본 건 성분이 뭔지 모르겠고… 뭐가 좋을까?”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우리 강아지도 작은 가려움 하나로도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이 질문이, 딥씨드의 시작이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수백 개의 제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원료부터 제조사까지. 내 기준은 단순했다. ‘내 강아지에게 먹일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먹을 수 있을까?’ 그 질문 앞에 퀄리티를 알 수 없는 제품들과 알레르기 유발 원료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정제나 캡슐도 역시 어려웠다. 강아지는 사람처럼 설명해줘도 참고 먹는 존재가 아니니까. 알약을 억지로 삼키는 대신 뱉거나 도망치기 바빴다.
가수분해 육류가 포함된 영양제도 먹여봤지만, 친구의 강아지는 여전히 가려워했다. 제조 과정에서 단백질이 충분히 작게 분해되지 않으면, 일부 큰 펩타이드 조각이 남아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성분표를 한참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보호자가 덜 불안하고, 강아지는 맛있게 먹는 식물성 영양제를 만들자.’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육류 없이 기능성 원료의 맛과 향을 가리는 일은 상상보다 복잡했다. 닭, 유제품, 생선은 대부분의 반려동물 영양제에서 필수 요소처럼 쓰이고 있었다. 그걸 다 빼고도 ‘기능’과 ‘기호성’을 만족시켜야 했다.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식물성 원료를 하나하나를 공부하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일일이 점검했다. 식약처에서 지정한 22가지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기본으로 제외했고, 국내 최초로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 인증도 받았다. 이 작은 회사에서 왜 이런 걸 하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는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가끔 딥씨드를 소개할 때, ‘어떤 강아지에게 가장 추천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땐 이런 대답을 하곤 한다. “알레르기에 대한 걱정으로 늘 성분표를 몇 번이고 봐야 했던, 그 아이와 보호자에게요.”
그런 아이를 위해 만들었기에, 원료는 더 꼼꼼히 봐야 했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몸에 흡수되지 않으면 기능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리포좀 기술과 특허 코팅 방식, 그리고 논문을 기반으로 한 원료 간의 시너지 조합까지 고려했다. 같은 성분이라도 어느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품질은 극과 극이었다.
제조사를 다각도로 검토했고, 수의사와 제약 전문가의 자문을 받으며 매 배합을 검토하고 또 검토했다. 때로는 이 과정이 너무 더뎌 보여도 서두르지 않았다. 안전하고, 효과를 나타내며,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으니까.
딥씨드는 우리의 소중한 강아지들이 조금 더 안심하고, 조금 더 행복하게, 건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다. 기후 위기로 힘들어진 여름날의 산책, 육류 산업이 남긴 환경의 흔적, 알레르기 반응으로 자꾸 핥는 발바닥. 그 어려움과 불편함들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누군가는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게 딥씨드가 있는 이유다. 그리고, 그 아이가 처음으로 ‘맛있게’ 먹은 영양제, 그리고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영양제가 딥씨드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