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지켜온 인천
인천 고속도로순찰대 황현복 반장 이야기
살다 보니 오게 됐고, 살다 보니 남게 됐다. 특별한 결심 없이 시작된 인천에서의 삶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시간들이 두텁게 쌓였다.
<살아보니 인천입니다>는 인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담은 인터뷰 연재다. 출근길의 새벽바람 냄새, 집 앞 편의점 사장님, 자주 가는 동네마다 쌓인 추억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도시를 기억한다. 인천을 만들어가는 시민들의 이야기. 살아보니 인천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윤은혜 본지 편집위원
사진. 박시홍 포토디렉터
낯선 도시, 인천
인천 고속도로 순찰대 11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현복 반장. 그는 군 생활을 하며 인천에 첫 발을 디뎠다. 잠깐일 줄 알았던 인천 생활은 생각지도 않게 길어졌고, 결국 제2의 고향이 됐다.
경기도 동두천이 고향인 그는 인천이라는 도시가 무척이나 생소했다.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볼 수 있는 바다와 흔히 보이는 해물. 타지 생활은 외로웠지만, 동시에 신기한 것들 투성이였다.
“젊었을 때는 회나 낙지 이런 게 흔하지 않았어요. 특히 동두천에서는 보기 힘들었죠. 그래서인지 많은 게 신기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도 인천 와서 회를 처음 드셨거든요.”
낯설었던 도시는 시간이 흐르며 익숙해졌다. 결혼 후 인천 남동구에 터를 잡았고, 시장을 오가며 사람들과 얼굴을 익혔다. 이제는 떡볶이집 사장님과 반말을 주고받고, 시장 사장님들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사복을 입고 가도 다 알아봐요. 직업이 경찰이다 보니 법률적인 걸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런 게 좋아요. 사람 사는 느낌 나잖아요.”
동두천과 인천을 오가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고 있지만, 이제는 인천이 더 익숙하다.
산이 많은 고향과 달리,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인천이 좋다는 그.
“저는 산보다 바다가 좋아요. 수평선 보면 마음이 확 트이거든요. 월미도나 연안부두 가면 사람 냄새도 나고요.”
어느새 그에게 인천은 낯선 도시가 아닌, 마음이 놓이는 공간이 됐다.
인천고속도로 순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황현복 반장.
황현복 반장이 제작한 ‘화물차 단속 매뉴얼’인천을 위해
황 반장은 고속도로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공항으로 향하는 VIP 경호와 에스코트, 사고 처리와 민원 대응까지. 그의 하루는 쉴 틈 없이 흘러간다.
항만과 공항을 끼고 있어 화물차 통행량이 압도적인 인천. 요일마다 실리는 물건도 다르다. 목재, 곡물, 각종 철제 구조물까지. 문제는 ‘과적’과 ‘적재 불량’이다.
“화물차 이동량이 많다 보니 사고가 났을 때 위험한 상황도 많아요. 사고가 나면 제동거리가 길어지고,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대형 추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낙하물 사고도 위험하고요.”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았다. 결박 방식이나 기준이 모호해 처벌이 어렵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도로교통법’이 아닌 ‘자동차운수사업법’에 더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적재물을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종류 별로 자세히 나와 있더라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하나하나 찾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했어요.”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해되지 않는 법령은 인재개발원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퇴근 후에도 인터넷과 법령을 뒤져가며 내용을 정리했다. 그림을 넣어 한눈에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인천 지역 특색에 맞는 ‘화물차 단속 매뉴얼’이다. 자비를 들여 30부를 제작해 인천 고속도로 순찰대 순찰차마다 비치했다. 매뉴얼은 다른 지역에서도 문의가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일선 서에서도 활용 가능하겠냐는 연락도 이어졌다. 그는 직접 제작한 매뉴얼 이야기를 하며 크게 자랑하지도, 으스대지도 않았다. 다만 “도로 안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직접 제작한 ‘화물차 단속 매뉴얼’을 설명하는 모습바쁜 업무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황 반장흘러가는 시간 위에서
경찰 퇴직을 1년여 앞둔 이 시점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린 황 반장.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던 시절, 공항으로 가야 할 외국인 가족이 연안부두로 잘못 온 적이 있었다. 출발까지 40분 남짓.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에스코트를 자청했다. 영종대교를 건너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고, 그 가족은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이후 받은 한 장의 엽서. ‘한국에서의 추억은 당신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때 경찰이 된 게 참 보람됐죠.”
그에게 교통은 단속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삶을 지켜내는 자리다.
업무에 누구보다 큰 애정을 갖고 있는 그
외국인 가족에게 받은 편지살아보니, 친근한 도시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그는 쉬는 날이면 강화도나 대부도로 라이딩을 간다. 퇴직 전, 전국 경찰관 전적비를 모두 찾아가 보는 게 목표다.
거창하지 않아도 소박한 시간들이 쌓인 황현복 반장의 일상.
“살아보니 인천은 친근해요. 여러 지역 사람들이 섞여 살지만, 또 그만큼 다양해서 좋아요.”
바다와 산, 시장과 도시, 공항과 고속도로, 그리고 삶이 함께 숨 쉬는 도시. 그에게 인천은 특별해서가 아닌, 오래 머물렀기에 더 소중한 곳이다.
“저한테는 소중한 도시죠.”
낯설어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도시. 그러나 그는 이 땅 위에서 달렸고, 만났으며, 길 위의 안전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살아보니 인천은, 그렇게 한 사람의 시간을 품어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인천광역시 콘텐츠기획관실에선 <굿모닝인천>, <Incheon Now>, <仁川之窗 인천지창> 세 종류의 매거진을 발행한다. 발행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8년 연속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 수상, 창간 15주년의 영문 매거진, 대한민국 최초의 지방정부 중문 매거진. 훌륭한 콘텐츠와 공감의 글을 나누고 싶지만 아직 ‘그게 뭐야?’라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인천이라는 아이템의 보고(寶庫)에서 아껴둔 보물들을 하나 하나 꺼내 알리고 싶다. 가자! 인천시민과 외국인을 위한 열린 소통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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