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하고 기뻐하는 제가 이상하죠?
험난한 비탈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미리 예상을 했었기에 놀라지도 않았고
그냥 아무렇지 않다. 이런 일을 당하고도 평범한
감정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내가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일까. 아님 그저 내 마음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흔들리지 않는 걸까.
사회생활 10년을 넘어 20년을 향해 가는 지금 두 번째
직장에서 막을 내렸다. 몇 달 전부터 내가 다니던 회사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위태롭게 느껴지더디
결국은 경영난으로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토록 오래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하고 괜찮냐고 걱정하지만 내 마음은 이런 결과를
미리 예상했었고 아주 아주 오랜만에 평일 아침 늦은
시간까지 늦잠 자며 여유를 부리는 내 일상이 싫지가
않다. 오히려 좋다고 알려야 할까~
아침에 늦잠 자고 일어나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요리했더니 걸음마 단계의 내 요리 실력이 조금씩 조금씩
향상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마치 내 꿈이 요리사가
되고 싶은 듯 요리에 관심가지는 내 모습이 새롭다.
평생 걸음마 단계에서 제자리 걸음 할 줄 알았던 내 요리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느끼며 역시 사람이라는 존재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반복해서 익숙해지며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존재라더니 지금의 나를 보며 분명 그 말이 틀리지는 않다. 나는 말하고 싶다. 혹시 어렵거나 힘들거나 생소한 일이라서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첫 발을 내딛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첫 단계를 밟고 난 이후에는 의외로 그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게 되고 전진하는 자신의 모습에 감동하여 더욱 분발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늘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외국어 공부에도 더욱 힘을
쏟는 일상이 주어졌고 평소 관심 있었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태만했던 탓에 시도해 보지 못했던 분야를 맛보며
이 분야가 정말 내 적성에 최적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이 분야로 일을 시작해 볼까..라는 생각에 젖어
들며 미래를 그리는 행복한 상상의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새로운 분야에 배움의 길을 걷다 보니 이것저것 더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예전 학창 시절 몇 번의 적성검사에서 예술 창작 분야가 나에게 최적이라며 디자이너, 화가, 작가 등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나에게 1순위라는 결과에 나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그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요즘 디자인을 공부 중인데 학창 시절 그때의 그 결과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디자인 작업만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기에 전념하는 나를 발견했다.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하고 다소 낯설었던 분야에 다가가면서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싶은 욕심쟁이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오늘도 내일도 내 마음의 날씨는 화창한 봄날이다.
운동은 못하지만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해서 산책을
즐긴다. 요즘은 일상적 여유를 느끼고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예전보다 산책을 더욱 자주 한다. 예전부터 평소 길을 걷다 낯선 길을 만나면 문득 궁금해진다. 저 길로 걸어가면 나는 어떤 풍경과 만나고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내 발걸음은 낯선 세상으로 나를 재촉하고 있었다. 구조조정을 당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1월 어느 날 산책을 나섰다가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가며 울긋불긋 곱고 붉게 세상을 물들이는 단풍에 취하고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절정에 내가 함께 숨 쉬고 있음을 느끼며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내가 마주한 가을 세상에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어진 겨울.. 낯선 길을 걸어 오르다 언덕 위에 올랐다. 확 트인 전망, 세상이 한눈에 보였다. 아기자기한 소박한 집들과 높은 고층건물,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들, 높은 하늘의 구름들.. 그날 겨울바람은 차가웠지만 내 마음은 겨울바람에 당당히 맞서 이겨내고 있었다. 확 트인 전망, 한눈에 들어오는 세상 앞에서 복잡한 내 머릿속도 정리되고 있었고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세상 풍경 앞에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낯선 길을 걸었던 내 선택에 아무런 후회가 없음을...
내 마음이 차가운 겨울바람조차 이겨낼 수 있었던 그날..
나는 다짐했다. 나는 확신했다. 비록 구조조정 당하고 때때로 내 미래가 두렵기도 하지만 나는 분명 더 크고 더 넓고 더 밝은 세상 속으로 당당히 걸어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 마음은 차가운 겨울 추위도 이겨낼 수 있으니 난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더 큰 사람이, 더 강한 사람이 되어 분명 더 밝은 미래와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많은 생각에 빠져있다 잊지 않고 종종 떠오르는 분이
계신다. 내가 구조조정 당했던 회사의 대표이사님 즉 사장님이다. 인간 중심의 경영을 하셨고 진정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격존중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 주셨던 분이라 기억에 남는다. 경영난이라는 고비로 가시밭길을 걷는듯한 기분이실 텐데 내 마음이 불편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고비를 겪는 과정이 따르지만 그 고비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걸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직원들로부터 항상 존중받았던 대표이사님께서 어려움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꼭 더 좋은 세상과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 없이 느꼈던 것은
일만큼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의문점을 던지기도 하다.
"네 코가 석자인데 무슨 예전회사 사장님을 걱정하냐고.."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마음속에 묻혀 기억조차
나지 않은 순간이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종종
떠오르는 분이시다.
장기간 다닌 직장에서 구조조정 당한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 다르게
일상을 즐기며, 여유를 즐기며, 많은 생각에 잠기며,
더 크고 더 넓고 더 밝은 내 삶을 만들기 위해 만전을 가하는 요즘 나는 기쁨에 벅차오르고 있다고 세상에 당당히 알리고 싶다.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고 고난과 맞서 싸우며 그렇게 나는 점점 정진하는 길을 걷고 있으며 그 길의 끝에서 영광과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으니 나를 걱정하지 말아 달라고.. 영광과 마주할 수 있는 순간에 이제 곧 닿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