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만 바뀌었다.
나는 쓸데없이 예민하고, 정작 필요할 때는 둔한 사람이다. 지난주 내내 집 안에 퍼진 진한 오줌 냄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건 요독의 냄새였다.
신장이 제 기능을 멈추자, 요독이 피를 타고 녀석의 온몸을 갉아먹었다. 요독증은 구내염을 만들었고, 염증은 입을 넘어 목구멍까지 번졌다.
나는 그걸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는 걸.
병원에서는 신장 수치가 너무 높고, 배변이 되지 않아 장이 막혔다고 했다. 변을 빼내는 도중, 심정지가 왔다.
에피네프린 주사로 겨우 의식이 돌아왔지만,
녀석은 다시는 네 다리로 설 수 없었다.
수의사는 더 해줄 것이 없다며 치료 종료를 알렸다.
알리는 그렇게 수액 줄을 꽂은 채 퇴원해서
누운 채로 밤새 앓으며 짖었다.
나는 그 곁에 누워 함께 밤을 지새웠다.
거친 숨결이 공기를 찢을 때마다 같이 괴로워하며
들썩이는 녀석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알리야, 엄마 내일 올 거야. 엄마 보고 가.
조금만 더 버텨. 근데 너무 힘들면… 가도 돼.”
11월 9일 오후 2시.
현관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오셨다.
그 순간, 녀석이 입을 크게 벌리고 아주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 번쯤 그렇게 쉬었을까.
몸 안의 공기를 마지막까지 모아 쉬는 듯하더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나는 알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생 많았다.”
알리의 얼굴에는
묘하게 평온한 표정이 남아 있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제야 다 모였네, 누나. ”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에 떠난 것 같았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에,
유난히 예쁜 단풍숲이 보였다.
“이거 보여주려고 그랬냐, 알리야.”
수의를 입은 알리는 참 예뻤다.
토토와 별이에게 늘 눌려
조용히 뒤에 서 있던 녀석이었는데,
마지막이 되어서야
비로소 주인공이 된 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하지만, 더 이상 네가 아프지 않다는 것.
그것만큼 큰 위안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별이 하나.
그 사실이 위로인 동시에,
이제는 거의 공포다.
두 번째는 좀 낫겠지 했는데
새벽 4시가 넘도록 이러고 있는 걸 보니 괜찮긴 개뿔.
이번에는 아무리 슬퍼도 작년처럼 무너지면 안 된다고
정신줄을 꽉 잡아본다.
고생했다. 김알리.
김토토랑 놀고 있어.
또 보자, 아가.
술이나 한 잔 같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