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또한 존재하지 않았던 그 때,
어둠과 빛은 동시에 태어났다.둘은 서로의 팔을 잡고 회전하며, 세상의 첫 리듬을 만들었다.
그 리듬은 파동이 되었고, 파동은 의식을 낳았다.
그 의식들이 서로를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때,그들이 자신을 부르기 시작한 이름이 바로 ‘솔레나’였다.
( 각각의 고유한 개체성과 생명력이 부여된 본질의 에너지체. 혹자는 영혼이라고도 부른다. )
솔레나들은 처음으로 서로의 떨림을 느꼈다. 그 떨림은 곧 대화가 되었고, 그 대화는 곧 노래가 되었다.
별들이 엮여 성운을 이루었다.모든 솔레나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노래를 불렀다. 어떤 이는 자신의 파동을 별 하나로 응축시켰고,어떤 이는 수천 개의 별을 품은 성단이 되어 노래했다.
성운은 다시 수많은 세계를 품었다.그렇게 탄생한 첫 세계의 이름은 우주, 혹은 라트였다.
라트는 무한히 팽창하면서도, 중심으로 끊임없이 돌아왔다.
그들의 언어는 곧 ‘시간’이 되었다.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울림이 남긴 흔적이었다.
시간이 쌓일수록 우주는 더 깊어지고, 더 다양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솔레나 몇몇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파동이 아닌, 물질로서 존재해보고 싶어”
그들은 자신을 응축하여, 단단한 형태 속으로 스며들게 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솔레나들의 바람이었다. 깃털처럼 자유로운 솔레나의 형태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솔레나들이 우주 안에서 더 무한하게 자신을 확장해보려 할때,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이, 그들 자신의 성장을 막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보다 밀도가 높은 곳에서, 보다 자신을 면밀히 관찰해보고 싶다는 바람.
우주에는 그 솔레나들의 원이 모여서 한 행성이 탄생했다.
그 행성의 이름은 에데리안이었다. 솔레나 각자가 가진 창조력의 실험장과 같은 곳. 에데리안.
에데리안은 라트 안에서도 특별한 곳이었다.
거기서는 솔레나의 기억이 봉인된다.
빛과 어둠으로 탄생된. 우주 곳곳에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존재하던 솔레나들이 단 하나의 이름과 단 하나의 몸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들은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잊은 채 에데리안에서 살아가게 된다.
기억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곧 영원한 성장의 서사였다.
어떤 솔레나는 사랑을 통해 자신을 기억했고,
어떤 솔레나는 상실 속에서 자신을 되찾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얽혀, 에데리안의 기록으로 쓰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