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보다 신뢰를.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에서 하락세의 첼시와 상승세의 맨체스터 시티가 맞붙었다. 에데르송 골키퍼, 카일 워커, 가브리엘 제주스 등 선수와 스텝을 포함해 총 10명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맨체스터 시티는 어렵게 선발 라인업을 작성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한 아구에로 또한 벤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이날 맨시티는 전문 스트라이커 없이 공격진을 꾸렸다. 9명의 교체 명단 또한 다 채우지 못했다. 어린 선수 세명을 콜업하여 겨우겨우 8명을 벤치에 앉혀 둘 수 있었다. 에데르송 골키퍼를 대신해 장갑을 낀 스테픈 골키퍼는 데뷔전을 치렀고 진첸코는 이번 시즌 리그 첫 선발 출전이었다. 반면 첼시는 하킴 지예흐가 부상에서 복귀하며 리스 제임스를 제외한 부상자 없이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선발 기용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스탬퍼드 브리지로 원정을 떠나온 맨시티에 전반전에만 3골을 얻어맞으며 완패를 당했다. 오늘 경기를 포함해 최근 6경기 1승 1무 4패라는 초라한 성적이다. 시즌 초반 보여주었던 단단한 수비와 막강한 화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첼시를 우승 후보로 점쳤던 일부 전문가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맨시티와의 경기 첼시는 3번째 실점 장면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냈다. 맨시티 진영에서 지예흐가 프리킥을 처리할 때 멘디 골키퍼와 캉테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했다. 세트피스 공격이 실패하고 맨시티가 공을 잡았을 때, 첼시의 뒷공간은 허허벌판이었다. 후방에 수비수를 배치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장면은 후반 추가시간 마지막 공격을 앞둔 팀들에게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전반 33분에 이런 극단적인 공격을 시도할 이유는 없었다. 공수 밸런스를 찾는 데 실패한 모습이었다. 이렇다 할 전술적 포인트를 보여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를 당했다.
후반 첼시 공격의 대다수는 크로스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뛰어난 제공권을 갖춘 올리비에 지루를 벤치에 앉혀둔 이유 또한 의문이다. 선발과 교체 카드 모두 뾰족한 수가 없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첼시가 이미 램파드 감독의 후임자를 물색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신력 있는 보도는 아니지만 얼마나 상황이 좋지 않은지를 대변하는 현상이다. 불과 한 달 전 11라운드까지만 해도 첼시는 11경기에서 승점 22점을 챙기며 리그 3위를 기록 중이었다. 과연 12라운드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첼시는 12라운드에서 리즈 유나이티드를 만나 3 대 1 승리를 거뒀다. 그 경기에서 전반 30분 하킴 지예흐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다.
시즌 초반과 달리 램파드 감독의 전술이 무색무취인 이유는 지예흐의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킴 지예흐는 2020년 10월 17일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사우스햄튼전에서 공식전 데뷔전을 치렀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 아웃될 때까지 지예흐가 선발 또는 교체로 출전한 12경기에서 첼시는 8승 4무로 무패를 기록 중이었다.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뛰며 첼시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창의적인 패스를 공급했다.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아 우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키 패스를 공급하고 경기 템포를 조절했다. 스쿼드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선수가 부상으로 사라진 뒤 치른 8경기에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17라운드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한 달여의 공백으로 인해 경기력이 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경기에 뛰며 다시 폼을 끌어 올린다면 답답했던 첼시의 공격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램파드 감독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약 3000억 원을 사용하며 스쿼드를 개편했다. 그때 영입한 지예흐와 하베르츠, 베르너 그리고 기존 자원인 마운트와 풀리식에게 최적의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커다란 숙제도 부여받았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5명의 공격적인 자원들에게 각각 어울리는 옷을 찾아준다면 리그 정상급의 화력을 기대할 수 있는 라인업이다. 만약 언론에 보도된 경질설이 사실이라면 최선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예흐가 부상에서 막 복귀한 이 시점에서 램파드 감독을 한 번 더 신뢰하고 숙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료=Goal.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