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북스 평화여행 매니저의 덕산마을 이야기 #1
제천시 덕산면의 5월은 ‘꿈틀꿈틀’이라는 표현이 참 알맞게 느껴진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통 초록이 가득하고, 물을 대어 놓은 논에는 밤마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달빛이 비치는 시기. 완연한 봄을 맞아 생명이 이곳저곳에서 움트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마을이다. 농촌의 5월이 어디든 안 그러하랴 싶겠지만, 덕산마을은 손 모내기 행사가 열린다는 특별함이 있다. 올해도 손모내기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피스북스의 은미와 별은 손모내기 체험의 기회를 놓칠까봐 부랴부랴 채비를 하고 내려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엔 어둑어둑하고 비까지 내리던 터라 모내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마을에 도착했을 땐 비가 그치고 간간히 해가 나기 시작했다. 이번 손모내기 행사는 코로나 때문에 외부의 사람들을 초대하지 않고, 인근의 덕산초등학교 학생들과 청년마을의 구성원들끼리 진행한다고 했다. 비가오는 바람에 덕산 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은 손모내기 일정을 따로 잡았고, 오늘의 손 모내기는 정말 소수정예로 시작하게 되었다.
마을 어귀 기다랗게 이어진 농로를 따라가다보면 한켠에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그 옆의 논이 바로 우리가 모내기를 할 두레농장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덕산 청년마을 소속으로 덕산에 살고 있는 청년과 마을 주민분들이 이미 논에 들어가계셨다. 진흙이 튈 각오를 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긴 양말을 신고, 얼른 논으로 달려갔다. 두레농장을 운영하는 청년마을의 대표이신 한석주선생님이 모 심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주셨다. 모를 심을 때엔 모 3-4개를 한 손에 잡고, 논가에서 못줄을 잡는 사람이 당겨주는 줄에 맞춰서 논 바닥에 모를 푹 꽂아주면 된단다. 볼 때는 쉬웠는데, 어디 한 번 해볼까.
한 손에는 모 더미를 한움쿰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모를 약간씩 뜯어서 못줄에 맞춰 논에 콕 박는 일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눈앞에 있는 구역에 모를 다 심고 나면 “다음~” 소리와 함께 못줄이 이동한다. 나름의 리듬감이 있는 작업이다. 날이 화창했다면 절로 노래가 나올 법 했는데,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논에 발을 넣는게 물컹하고 차가웠다. 그래도 양말만 신은 채 들어간 논 바닥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게 참 새로운 감각이었다. 내가 심은 모에서 쌀이 잘 자랄까?
모내기를 끝내고 나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가 쨍하게 나기 시작한다. 논에 발을 담그고 있었을 때 해가 났으면 좋으련만. 짧은 모내기였지만, 일하고 난 다음엔 새참이 필수다.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유기농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에 둘러앉아 먹을 것을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올해의 쌀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모내기 완료!
[내일을 위한 집과 마을] 덕산마을은 미래가 있습니다
피스북스 평화여행 매니저의 덕산마을 이야기 #1
'손모내기, 추억을 심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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