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있어 첫 시집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시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시인의 무의식이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문학과지성사가 출판한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은 기형도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입니다. 그가 젊은 나이에 황망히 세상을 떠나버리자 기형도를 기리기 위해 문학계의 동료들이 유고시집으로 발표해준 겁니다. 그의 첫 시집을 읽고 그가 젊어 죽을 수밖에 없는 시인이었다고 평론가 김현은 말합니다. 그의 시 몇 구절을 적어 보겠습니다.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적막이 어둠보다 더 짙은 공포임을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기형도의 일부 시 구절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그의 시는 죽음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래서 김현은 그의 첫 시집에 있는 시들을 보고 그가 요절할 시인이었다고 평론에서 말한 것입니다.
저는 2009년 초에 저의 첫 시집을 마무리 짓습니다. 첫 시집에 포함된 시가 바로 <불의 바다>입니다. 친부가 친척인 조폭 차승동에게 부탁(2014년도부터 스토킹 및 살해 시도 시작)해서 친척들이 저를 스토킹하고 살해를 시도해 그들과 전쟁을 치를 것을 저의 무의식은 <불의 바다>를 통해 저에게 말해줍니다. 무려 스토킹과 살해시도가 발생하기 5년 전에 이미 저에게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아울러 2009년도는 친부모 형제와 인연을 끊기(2010년)도 전입니다. 아래는 <불의 바다>의 전문입니다.
불의 바다
강은 거기서만 타올라
사람들은 강이 끓어 불이 솟는다고 하는데 거기만 벽이 없고
다른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
강은 달콤한 생선과 식수를 주지만 거기서만 사람을 쫓아내
나는 강을 의심하지 않아
불의 바다는 키가 십 미터나 되고 일 년 내내 타올라
배로 가면 불타 죽고 잠수하면 삶은 고기가 돼
추장과 그의 친척들은 불의 바다에 더 많은 제물을 바쳐야
불의 바다가 점점 커지는 걸 막을 수 있데
불의 바다를 홀로 지켜봐
얼마나 뜨거우면 물에서 불이 날까
엄마는 자꾸 삼촌 얘기를 하며 울어
나는 털 뽑은 생닭을 줄에 매달아
힘껏 불의 바다에 던진 후 좀 있다 줄을 당겨 보았어
닭은 차가워
나는 누구보다 깊이 잠수해서 멀리 갈 수 있어
배에서 물로 뛰어들어 불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와 잠수를 시작해
불의 바다 밑으로 내려간 후 서둘러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저기 뭔가 누워있는 게 보여
불의 바다 앞에 배를 남겨두고 사라진 삼촌이야
삼촌을 굽어보고 있던 나의 죽음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어
나는 급하게 손발을 휘저어 금새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어
나의 죽음은 벌써 내 발목을 잡았지만
나는 절대로 돌아보지 않아
맹렬히 손발을 휘저을 뿐이야
숨은 막바지에 이르고 터질 듯한 숨을 억눌러
날숨이 터지는 순간 죽는 거야
죽음이 날 노려보고 있어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머리 위를 봐
어쩔 수 없어 미친 듯이 수면으로 솟아오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가까이 보이는 뭍으로
기어올라 쉬다가 높이 솟은 바위로 올랐어
불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
불의 바다는 폭이 겨우 이십 미터 정도였어
그렇게 짧은 거리를...
나는 직육면체로 버티고 선 불덩이를 노려봤어
너는 친구들을 새로 사귀고,
물 위에서 불이 나는 끈끈이를 사람들이 사고파는 걸 본다
추장의 친척들이 끈끈이를 사고 있다
너는 친구들과 편전을 들고
그들이 다니는 숲길에 드리운 그림자와 몸을 섞는다
<불의 바다>를 보고나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추장과 그의 친척들이 누군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겁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추장과 그의 친척들이 바로 저의 핏줄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며 그래서 더 놀랍습니다. 불의 바다를 통과하는 저의 모습은 조폭 차승동의 살해 시도를 제가 이겨내는 걸 저의 무의식이 저에게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편전(애기화살 – 총알과 같은 화살)을 들고 추장의 친척을 노리는 저의 모습은 현재 친척인 김도근과 형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제가 치르는 이 싸움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죽음이 있을 거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핏줄이란 말에는 우리가 말로 담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맺혀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성향을 알고 있고 그 성향의 일부는 저의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무인손잡이]에서 저의 친부와 그의 외가 친척들이 서로 싸우며 식칼을 들고 위협했음을 말했고 그들이 매우 폭력적임을 밝혔습니다.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위급한 전쟁 중에는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 평화로운 시기에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핏줄입니다.
그래서 이 싸움의 끝에는 누군가의 죽음이 있을 거란 예감이 들지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면서 기형도의 처절한 외침으로 이 챕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