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의 강

- 강(江) 이야기 1

by 명재신

목숨의 강

- 강(江) 이야기 1


가긴 간다

그 어느 때 무수의 목숨들
건너갔다가
원혼만 건너왔던 길

훨씬 지난 시간에
나는 살아 있어
하늘로 건너가는 길

하늘만큼 들떠 있는
월남각시들
제 아비 제 어미 보러 가는 길
손마다 아이들 소란으로
가득하고

이제는 표정조차 무심한
시간을 넘어
아오자이 기인 자락 아래


아직 푸른 빛깔 여전한
월남처녀들이 권한
진한 와인 두어 잔으로
벌써부터 흔들리는 월남 비행기

멍한 머리 속
취기는 벌써 머리 끝에 가
머물고

하마 낯설지 않은
이젠 서툴지 않은
벌써 익숙한 몸짓

부끄러운 기억 속 시간으로

이젠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세월의 강을 너머

목숨의 강을 건너


월남을 간다.


<시첩노트>


‘강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해외 현장생활을 시작한 베트남에서 쓴 시들입니다.

강을 따라 다니며 쓴 시들입니다.

일부는 여기저기 카페에 올린 시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아직 날것으로,

저의 시첩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이번에 여기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내어 놓고자 합니다.

이 ‘강 이야기‘ 연작시는

처음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내린 공항에서, 타우디엔의 사이공강 숙소에서,

그리고 사무실이 있던 동나이강 가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던 냐베강에서

현장 답사를 간 메콩강 접경지대에서

가지고 다니는 회사노트에다가, 현지 식당의 메뉴판에다가, 휴지에, 냅킨에, 이면지에다가

구룡들의 지류를 건너다니며 손으로 쓴 시들로

저의 시첩에서 세상으로 나서기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이야기들입니다.

묵은 이야기이지만 나름 잘 숙성된 이야기들입니다.

강이야기 연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 이야기‘는 저의 해외현장 생활의 처음이었던 호치민과 여러 지역의 강을 따라다니며 쓴 시들입니다.


월,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