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그대로

19. 그렇게 또 한참을 흘려보냈다.

by 이헨

한동안 글을 못 썼다.

사실 감정을 글로 꺼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언젠지도 가물가물하다.

어느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그냥 버티기에 급급하 시간이었다.


'우울하다', '지친다' 같은 감정을 느낄 틈조차 없었다.

그걸 느끼기엔 현실이 너무 빡빡했고 생각하고 정리하기엔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다.

그냥 바쁘니까, 어쩌다보니, 그렇게 지나갔다.


문득 여유가 생긴 오늘,

오랜만에 감정 다이어리를 펼쳐보다가

마지막 기록이 한참 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걸 보는 순간, 괜히 마음이 씁쓸했다.

나는 내 기분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지나온 거구나 싶어서.


사실 바쁘다는게 어쩌면 내가 감정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각하면 복잡해질까봐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무너질까봐

일부러 피하고, 외면하고, 괜찮은 척하며 하루를 버텨왔던 건 아닐까.


오늘은 그냥 이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나는 지금 많이 지쳤다.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다시 감정 다이어리를 열어볼 수 있는 날이 온 게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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