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산 천재는 암산하지 않는다

계산 천재도 암산하지 않는다.

너튜브의  짧은 영상에서 한 수학 강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 평생 천재를 딱 한 명 봤다. 모의고사의 모든 문제를 암산으로만 다 풀었다. 이 친구는 엄청 긴 계산도 다 암산으로 하더라."

이렇게 말하는 강사들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사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무식한 쪽에 가깝기는 합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암산 천재는 암산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평소에 계산 과정을 하나의 공식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러면 간단한 사칙연산만으로 그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죠. 물론 공식을 만드는 것도, 그것을 기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천재인 것이죠. 암산을 잘해서 천재라고 말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입니다.

수학 천재의 또 다른 유형도 암산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든 계산을 생략하지 않고 수행합니다. 이들은 엄청난 속도와 정확성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암산 천재와는 달리 공식을 스스로 만들기는커녕 교과서 공식도 거의 외우지 않습니다. 공식이 만들어지는 과정 전체를 그저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뿐입니다. 마치 중식칼 하나로 모든 요리를 하는 느낌입니다.

문제는 위의 두 유형 사이 어딘가에 있는 학생들입니다. 암산의 본질이 계산이 아니라 구조나 공식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손으로 하는 계산을 머리로 하는 것이 암산이라고 착각하는 학생들과 계산을 빠르게도 정확하게도 못하면서 계산을 싫어하는 학생들 말입니다.

저는 대부분 학생들에게 암산 천재가 아니라 계산 천재가 되라고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문제 속에 숨겨져 있는 구조를 보고 일반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불완전한 기억 속에 공식을 우겨넣기보다는 공식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차라리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로 마무리하죠.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