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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소곤 Dec 26. 2021

다 큰 아이의 방  

이제는 고양이 방이 되어 버렸다.

요즘 대학생들은 애석하게도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 때문에 시험 기간에만 겨우 며칠 학교 가봤다는 사례들도 많다만,

우리 집 아이는 거의 매일 있다시피 한 실습수업들, 학생회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이어지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교 기숙사에서 거주 중입니다.


그래서 아이방은 가끔씩 아이가 집에 올 때만 쓰이는 방입니다.

그래도 늘 단정하게 언제 와도 편하게 기분 좋게 쉴 수 있게 정리해 두는 편입니다.


그랬더니 요즘 이 방은 온전히 고양이 방이 되어 버렸지요.




아이방은 언제든 제 주인을 맞을 수 있도록 매일 환기도 하고 걸레질도 하고 정갈하게 정리해 둡니다.


가구가 많지 않은 방이다 보니

침대를 이리저리 휙휙 돌려가며 청소를 하기도 하고,

벽시계나 액자를 바꾸어 달아서 방 분위기를 금세 바꾸어 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침대에 대자리가 깔린 거로 보아 지난 여름 무렵으로 기억됩니다.

저희 집 토토로 녀석이 더운 낮 동안은 거실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며 저리 누워 방주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더라고요.


누구든 유용이 잘 쓰면 좋지요. 뭐~


저 녀석 눈빛은 마치

"엄마, 내 방에 들어올 땐 노크는 하고 와야지?"

하는 듯한 청소년의 눈빛입니다.

전 다음 생애가 있다면, 저 녀석 같은 집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이건 지난 봄의 모습입니다. 이런 휑한 단정함도 참 좋아합니다.

다음 봄이 되면 다시 이렇게 휑하고 단정하게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삼색냥 토토로는 폭신한 아이방 침대를 무척이나 좋아하여 하루 중 몇 시간은 꼭 이 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제일 오래 사용하는 게 토토로니 이 방은 토토로 방인 셈이지요.

이 led 등은 아이를 위한 이벤트로 주문 제작해 걸어두었는데, 저희 집 아이가 보더니 단박에 맘에 들어 하더군요.

그런데, 토토로 녀석이 톡톡 건드리더니 떨어뜨려 와장창~결국 고장나버렸지요.


이 방은 공용욕실과 가까운 현관방인데, 보통 자녀 침실로 쓰이는 방이지요.

이전에 거주하신 세입자 분도 아이방으로 썼는 데, 처음엔 좀 난감했습니다.

그분들은 거주하시는 동안 창가에 두터운 커튼을 치고, 환기를 잘 하지 않고 겨우내내 가습기를 틀고 지내신 걸로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 생활 습관이 커튼 박스 상단 곳곳에 검은 곰팡이로 그대로 남았더군요. 그 때문인지 어떤 이유 때문인 지 방문을 닫아두었다 열면 뭔가 오묘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방이기도 했습니다.


베란다 없이 바로 외부와 접한 방이다 보니 혹시나 골치 아픈 누수나 단열 문제가 아닐까 싶어 한동안 좀 심란했습니다만, 다행히 여름 장마철과 겨울을 지내면서 살펴보니 둘 다 아녔습니다.

창가 커튼 박스 상단 이곳저곳에 묻은 검은곰팡이 자국들은 깔끔히 락스 청소를 하고 나니 지금껏 멀쩡한 거 보아 결국 생활 습관 문제로 보였습니다. 방의 벽면 청소도 한동안은 매주 주말마다 마치 방바닥 닦듯 벽지와 가구를 물걸레질과 알코올 소독제로 닦았더니 이젠 괜찮아졌습니다.



침대 위치를 바꾸고 고양이 액자로 걸리면서 방분위기는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새는 이렇게 침대를 창가로 돌려두었습니다.

목재 침대지만 무겁지 않은 편이라, 혼자서도 청소하면서도 밀어 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벼운 목재 가구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방 구조상 침대를 이리 창가로 붙여두면 빈 공간이 좀 더 넓게 생깁니다.



더이상 입시생이 아닌 지라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 등을 사용할 땐 주로 거실 큰 테이블을 활용하기에 이 방은 오롯이 침실용도로 쓰입니다.


근무여건상 이사가 잦다 보니 저런 서랍장도 두툼하고 무거운 원목이 아닌 가벼운 목재 가구를 선호합니다.

 

예전엔 묵직하고 비싼 원목 서랍장을 참 좋아했는데, 이사 다니니 비싼 가구든 안 비싼 가구든 결국 망가지고 흠집 생기고 무겁고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이사 다닐 때마다 무겁고 오래된 서랍장들은 한두 개씩 처분하고, 저 서랍장들은 가볍고 (그러니 저렴합니다.) 이리저리 옮기기도 쉬운 걸로 골랐습니다.


장롱은 없는 집이라 이사 가는 집에 있는 기본 붙박이장을 활용합니다.


서랍장 위에 올려둔 이 고양이 목각 인형은

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있던 녀석인데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몇 번 내동댕이쳐졌지만 용케 잘 살았습니다. 저희 집 단풍씨랑 똑 닮은 목각 인형이라 차마 못 버리고 있지요.

아래에 동그란 까끌이보들이 스티커를 붙여 고정시켜 두었습니다.

 

단풍씨도 종종 아이방에 들어오지만, 영역 탐방 수준으로 잠깐 있다 나가는 터라 아이방에 있는 사진을 찍기는 힘드네요.  

저 토끼 등은 너무 유치한가 싶다만, 일단 놔둬 봅니다.

아무래도 고양이들, 특히 토토로 때문에 제품 수명이 오래가진 않을 듯 합니다.


벽에 걸린 고양이 유화 대신 다음엔 아이 사진으로 바꾸어 볼까 합니다.


어느 젊은 사진작가님이 아주 우연히도 아들 녀석을 모델로 사진을 몇 장 찍었고 그게 또 우연히도 작가님 전시회 메인 작품으로 전시 중이라 그 작품 사진만 따로 주겠다고 하셨다네요.

그땐 저 고양이 유화는 주방 식탁 벽으로 보낼까 합니다.


저 서랍장 상판은 자잘한 흠집이 생겨, 지난 가을에 멀바우 판재를 주문해 올려두었습니다.

저 상판 하나만으로도 가구 분위기와 방 분위기가 확 바뀌더군요. 


잡다한 살림은 서랍 안에 다 들여놓습니다.

그러면 내려앉은 먼지 청소하기가 쉽습니다.

예전엔 주로 창에 커튼을 썼는데, 커튼을 내려두면 겨울철 결로도 생기고, 세탁과 먼지 관리 그리고 커튼을 긁어대는 고양이들 때문에 몇 년 전부터는 롤스크린만 사용합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셀프로 직접 달면 비용도 많이 저렴하고 편합니다.


이사가 잦은 집이라 이사 갈 때 두고 가도 안 아쉽고,  관리도 쉽고, 새로운 집에 옮겨 가서도 필요한 곳만 사이즈 재서 손잡이 방향만 잘 생각한 후 주문하면 금세 뚝딱 답니다. 설치가 아주 쉽거든요.



벽장엔 절반은 이불장, 절반은 아이 계절 옷을 보관합니다.

벽장도 밀걸레로 뽀득뽀득 닦아줍니다. 벽지도 같이 닦아줍니다.

 


저희 집은 예전부터 침대 옆에는 협탁 대신 스툴을 둡니다.

저 스툴은 오래 써서 여기저기 흠집도 났지만 다용도로 잘 활용합니다.


군데군데  패이기도 하고 색도 바랜 녀석이지만, 잘 닦아낸 후 무광 수성 스테인을 발라주면 또 그럭저럭 봐줄 만 해집니다. 


오늘도 내 아이가 언제 와도 편안하고 포근한 맘으로 쉴 수 있길 바라는 맘으로 다 큰 아이방을 청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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