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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sinki, day one

도시의 가장자리마다 새겨지는 회색 정동

그 공기는 2016년 11월의 몬트리올과 정확히 같았다.

단순히 축축한 공기가 아니라, 화강암에서 색을 빼앗아가고 피부에 막처럼 달라붙는 무겁고 스미는 회색.

공기 자체가 말로 붙잡을 수 없는 미묘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은 즉시 그해 가을의 우울한 압력을 되살려냈다.

반타 공항에서 나와 트램을 타기 직전, 뒤에 서 있던 프랑스인 일행이 대가없는 친절을 보여줬다. 그는 즉시 내 트렁크를 들어 올려 에스컬레이터 아래까지 내려다 주었고, 그것은 설명할 수 없는 인간적 접촉의 순간이었다.

같은 트램 안에 앉은 우리들은 곧 내렸고, 그 자리에 공기는 더욱 차갑게 남았다.

우리는 중앙역 앞 횡단보도에서 헤어졌다. 그들은 한 방향으로 흩어졌고, 목소리는 도시의 낮은 웅성거림 속으로 녹아들었다. 나는 다른 방향에 서 있었다. 흘러가는 군중 속에서 갑자기 멈춰,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그대로 자각했다.


하지만 그때 이 도시는 이미 낯선 곳이 아니었다. 나는 발견이 필요치 않은 익숙함으로 그 공기를 몸에 흡수하고 있었다. 트램 노선의 규칙적인 덜커덩거림, 거리의 트렁크가 굴러가는 박자감. 이 모든 것이 너무나 익숙했다.

나는 노숙자와 구걸하는 이들의 덧없는 실루엣 사이를 걸었다. 그들의 자세는 끈질긴 추위에 의해서 굳어진 듯했다. 마치 거울의 가장자리를 그리는 것처럼.


나는 이미 이 도시의 어둡고 해골 같은 윤곽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것은 과거 몬트리올의 감정적 기후가 이미 그려둔 도시의 청사진처럼 "기억된" 장소였다.


자갈 위에서, 특이한 향이 스스로를 주장하듯 풍겨왔다. 꽃향이나 시트러스 향이 아니라, 미네랄의 차가움과 공업적인 건조함이다. 비를 흡수해 부어서 만든 콘크리트의 차갑고 거의 만져질 듯한 향. 그 향은 대기에 엉켜들어 나의 감각 데이터에 최종적 차원을 만들었다. 그것은 혹한과 우울을 견디도록 지어진 이 도시의 건축물의 냄새였다.

프랑스인 일행이 스쳐지나간 자리에는 ,그 삭막한 껍질 깊숙한 곳에서 잠깐의 미약한 온기가 배어 나왔다. 도시의 오래된 우울감 속에 숨겨진 부드럽고 인간적인 무언가에 대한 암시였다. 또한 내가 머무르게 된 이 고독한 도시의 후각적 서명이었다.


다음주 까지 휴재 예정입니다.

작가님들도 풍성한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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