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16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이지
Jan 29. 2024
별 볼일 없는 여자
일 요일
밀린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난 남편에게 저녁상을 근사하게 차려주고 뒷정리 후에 밤산책을 합니다. 겨울의 초저녁은 까맣게 어둡습니다.
"
잠깐 거기서 봐."
남편의 말에 바라본 하늘은 별천지입니다.
별사진을 찍어본다는 남편은 내게 멈춰 서라 말하고 는 사진을 찍어요.
이거 보라며 남편이 보여준 사진 안에는 별을 보는 내가 있습니다.
철없고 어리숙했던 우리들 어린 날 첫 연애의 남자친구로 나의 모든 것이고 나의 온 우주였던 그 사람이 남편이 되어 내가 주인공인 사진을
찍습니다
.
아이들이 멀리 학교로 가고 나니 관심을 혼자 다 받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당신과 별을 봅니다. 나도 언제나 당신에게 주인공이고 싶었다고 말 안 해서 몰랐었나요?
삶의
언덕길을
기어
오르고 내리막을
함께
구르며
차곡차곡 한 걸음씩 오늘에 도착하기까지 우리들은 숨이 찼습니다.
삶의 여정 속에서
모든 탓을 돌리고
열심히
수고해 온 노력마저
부정했던
나 또한
비겁했음을
고백합니다
.
이 밤에 둘이같이 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없겠죠. 까만 밤에 혼자서 걸을 일은 없었을 테니 혼자였다면 난 별 볼일 없는 여자였을 겁니다.
사진을 찍는 당신의 눈에
젊은 날처럼
내가 주인공이 되었고 까만 밤이 뿌옇도록 나는 눈물이 납니다.
keyword
남편
여자
오이지
음악을 사랑하고 미술관람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깁니다.
구독자
10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돼지
그릇을 깨자!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