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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지 Jan 29. 2024

별  볼일 없는 여자

일 요일 밀린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난 남편에게 저녁상을 근사하게 차려주고 뒷정리 후에  밤산책을 합니다. 겨울의 초저녁은 까맣게 어둡습니다. 

"잠깐 거기서 봐."

남편의 말에 바라본 하늘은 별천지입니다.

별사진을 찍어본다는 남편은 내게 멈춰 서라 말하고 는 사진을 찍어요.

이거 보라며  남편이 보여준 사진 안에는  별을 보는 내가 있습니다.

철없고 어리숙했던 우리들 어린 날 첫 연애의 남자친구로 나의 모든 것이고 나의 온 우주였던 그 사람이 남편이 되어 내가 주인공인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이 멀리 학교로 가고 나니  관심을 혼자 다 받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당신과 별을 봅니다. 나도 언제나 당신에게 주인공이고 싶었다고 말 안 해서 몰랐었나요?

삶의 언덕길을 기어오르고 내리막을 함께 구르며 차곡차곡 한 걸음씩 오늘에 도착하기까지 우리들은  숨이 찼습니다.

삶의 여정 속에서  모든 탓을 돌리고  열심히 수고해 온 노력마저 부정했던  나 또한 비겁했음을 고백합니다.


이 밤에 둘이같이 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없겠죠. 까만 밤에 혼자서 걸을 일은 없었을 테니  혼자였다면 난 별 볼일 없는 여자였을 겁니다.

  사진을 찍는 당신의 눈에 젊은 날처럼 내가 주인공이 되었고 까만 밤이 뿌옇도록 나는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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