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는 시선(1)

AI의 빠른 발전, 매력적인 미래인가?

by 이병승

AI의 진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열린 지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당시 이세돌은 예상을 뒤업고 총 다섯 번의 대국 중, 유일하게 한 판 이기고 나머지 네 판은 패배하였다. 네 번째 대국에서 거둔 그 한 번의 승리는 인공지능과의 공식 대국에서 인간이 승리한 최초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AI 기술의 발전이 예고하는 변화는 때로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속도를 보면, 우리가 상상해 왔던 SF적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3년 전 TV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AI 기술로 복원된 고(故) 박윤배 배우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드라마 ‘전원일기’ 출연 배우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스크린을 통해 박윤배 배우를 만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미 씨가 "내가 누군지 아느냐"라고 묻자, 복원된 박윤배 배우는 "응삼이를 그렇게 많이 챙겨준 일용 어머니를 모르면 도리가 아니지요."라고 대답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PD는 박윤배 배우의 친딸을 스튜디오로 초대하여 부녀 간의 대화를 나누게 했다.


그리움이 사무친 두 사람의 대화는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복원된 박윤배 배우는 출연 배우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함께했던 동남아 여행, 지키지 못한 식사 약속 등을 회상하며 생생한 대화를 이어갔다. 고인이 된 박윤배 배우의 복원은 음성인식 기술과 딥러닝 AI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 출연 배우들의 음성을 분석하고, 드라마 대본을 AI에게 학습시켜 재현된 결과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인간의 존재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 일이 있은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드라마 대본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의 자료만으로도 학습이 가능해, 화면 속 캐릭터를 넘어 실제 개인의 말투와 사고방식까지 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해졌고, 한때는 낯설었던 방식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한때 전문가의 영역처럼 보였던 디지털 복원이, 발전한 도구 덕분에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기술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처럼 상황을 인식하고 분석한 뒤 자율적으로 판단을 내려 실행을 제안하거나 직접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의 발전과 맞닿아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한 사람의 삶을 데이터로 추론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스마트폰 일정과 메신저 대화, 이메일, 위치기록, SNS 기록 등을 분석하면 생전의 관계망과 동선을 복원할 수 있고, 때로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더 정확한 기억을 지닌 존재와 대화를 나누는 일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생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존재를 ‘디지털 자아(digital self)’라 한다. 디지털 자아는 사후에도 상호작용을 이어가며 정체성을 지속시키고,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닌 관계의 전환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생물학적 죽음 이후에도 사회적 존재로 남는 ‘디지털 영생’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타인과 관계 맺으며 공감하고 감정적 유대를 경험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돌아보고 성장한다. 그러나 인간이 AI에 점점 의존하게 되면, 감정적 도전과 내면 성장의 경험은 줄어들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소모와 복잡성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그 결과 사회적 교류는 약화되고, AI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물리적 세계에서의 생활을 축소시키고, 사회적 교류의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AI 기반 휴머노이드가 가상공간의 경계를 넘어 현실에 등장한다면, 인간과 AI의 관계는 더욱 밀착되고 의존의 정도도 깊어질 것이다.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감정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존재로 진화하여, 외로울 때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 이들은 감정의 빈틈을 조용히 메우며 인간의 곁에 자리 잡을 것이다. 자녀보다 더 헌신적이고 안정적으로 부모를 돌보는 존재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쩌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에게 돌봄을 받는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나’를 완벽히 모사한 아바타로서 현실에 등장하게 될 수 있다. 이들은 ‘나’의 성격, 언어 습관, 판단 기준까지 정밀하게 학습해, 회의 참석은 물론 사회적 활동과 인간관계의 일부까지 대신 수행할 수도 있다. ‘나’는 더 이상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할 필요가 없어지고, 여러 버전으로 복제된 ‘나’는 각기 다른 상황에 자동으로 반응하며 삶의 방식을 새롭게 확장할 것이다. AI 기술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미래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윤리적 철학적 질문도 던지며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다. 그 중 가장 먼저 던져할 질문은 이것이다.


“진짜 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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