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주자 상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쟁점
복잡한 외국국적 동포 재산상속 쉽게 진행하는 팁
가족 중 한 사람이 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는 일은 흔합니다. 국적을 포기하는 일도 병역 회피 등 나쁜 목적이 아니라면 지적받을 일이 아니죠. 우리 사회 분위기 역시 개인적인 선택을 존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외국국적자란 사실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나 때로 불편을 끼칠 수는 있습니다. 특히 그가 상속인이라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해외거주자 상속에는 추가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사망한 S는 2남 2녀를 두었습니다. 올 초 이미 의사로부터 가망 없다는 말을 들은 S는 몇 개월을 더 버티다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요. 상속재산으로는 서울에 있는 상가건물 두 동과 예금 3억 원 정도입니다. 상속인 중 장남은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터를 잡았습니다.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미국 국적자가 됐습니다.
S는 유언을 남기진 않았습니다. 상속인들은 협의를 통해 상속재산을 (장남을 포함해) 모두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장례가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간 장남은 연구소 프로젝트 일정 때문에 다시 입국하기가 곤란한 상황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가 가진 재산은 법이 정한 일정한 상속인들이 이어받게 되는데요. 민법이 정하는 상속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순위 직계비속(자식 등), 2순위 직계존속(부모 등),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 방계혈족입니다. 선순위 상속인이 있으면 후순위 상속인은 상속을 받을 수 없고, 같은 순위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그들 모두가 공동으로 상속받습니다.
배우자는 상속순위에 있어 좀 특별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법은 배우자에 대해 따로 규정하는데요. 배우자는 1순위 직계비속이나 2순위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는 경우 그들과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자식이 있으면 자식과, 자식이 없으면 부모와 공동상속인이 되는 겁니다. 그러나 1, 2순위 상속인이 없으면 배우자는 단독상속인이 됩니다. 사례에서 S는 배우자 없이 2남 2녀 자식만 두었으므로 상속인은 자식들이 되지만, 만약 배우자가 있었다면 배우자와 자식들이 공동상속인이 되었겠죠. 상속분은 배우자와 자식들이 각 1.5 : 1 비율입니다.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이 협의를 통해 나누어야 합니다. (물론 유언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게 우선이나, 사례에서 S는 남긴 유언이 없습니다) 협의에 따라 상속재산을 나누려면 상속인 모두가 합의해야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거나 누구 하나 협의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협의에 따른) 상속재산분할은 불가능하죠. 문제는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작성할 때 상속인 모두의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등 여러 서류가 필요하다는 점인데요. 사례처럼 해외거주자 상속 시에는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서류가 꼭 있어야 합니다.
해외거주자 상속에 있어 위임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위임장에는 꼭 특정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그 동포를 위해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진행할 (한국 내) 대리인에 관한 인적 정보와 위임사항을 정해야 합니다. 위임사항은 최대한 자세히 적어야 하는데요. 상속재산 특정뿐 아니라 각종 서류발급이나 신청 등에 관한 사항을 빠짐없이 적어야 나중에 (대리 권한 등을 둘러싼 다툼 등)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위임장 외에도 외국국적동포 재산 상속 시에는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는 게 중요한데요. 아포스티유란 ‘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을 말합니다. 외교부와 법무부에서 아포스티유 협약 규정에 따라 문서의 관인 또는 서명을 대조하여 확인 및 발급하는 것을 ‘아포스티유 확인’이라고 합니다. 아포스티유 확인서를 받은 우리나라 공문서는 한국에 있는 외국공관의 영사확인 없이 협약 가입국에서 공문서로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포스티유 확인을 받은 외국 문서는 우리나라에서 곧바로 효력이 생깁니다.
필요한 서류를 모두 받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리인은 다른 상속인들과 함께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작성하고 상속예금 등을 정리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직접 사건을 처리해본 적 있는 전문가만이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례와 같이 상속인 중 외국국적동포가 있는 때에는 해외거주자 상속에 관하여 반드시 전문가에게 미리 조언을 구하는 게 좋습니다.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으시다면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