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고 정당하고 타당한 consequence
자아가 강하고 자기표현이 적극적이며, 체격과 행동이 큰 아이들을 쉬는 시간 없이 교실에 계속 데리고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질구레한 갈등이 발생하는데, 교사인 나는 이러한 사안들을 일관성(consistency), 정당성(fairness), 타당성(reasonableness) 있게 다룸으로써 학급 내 신뢰와 리더십,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일관성이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선생님의 기분이 좋든 나쁘든 언제나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AI가 아니기에 감정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가능한 한 일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정당성이란 학생에 따라 차별 없이 규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공정하고 편파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평소 교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아이든, 자주 규칙을 어기는 장난꾸러기든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는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핵심적 요소이다. 정당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즉시 반발하고, 그에 대한 교사의 반응은 권위를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타당성이란 규칙 위반에 따른 결과가 학생의 입장에서 납득 가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실 ‘처벌(punishment)’이라는 표현은 교육 현장에 적절하지 않다. 우리는 판사나 경찰이 아니라 교사이므로, 이 결과는 단지 결과(consequence), 즉 인과관계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이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어린 나이부터 배우도록 돕는 교육적 접근이다. ‘처벌’이 아닌 ‘결과’라는 인식은, 학생들이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해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한다. 이는 단순한 교사가 아닌, 삶의 교훈을 주는 교육자(educator)라는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일관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는 한국에서의 교직 생활에서도 계속 힘써 온 부분이며,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타당성(reasonableness)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기에, 처음부터 적절한 기준을 찾기 어려웠다. 이때 나는 동료 교사들과 행정 관리자(admin)의 도움을 크게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교칙을 어기는 행동이 발생했을 때, 교사는 행동기록서(write-up)를 작성한다. 이는 학생의 행동을 공식 문서로 기록하는 것으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때 교칙 위반 통지서(discipline notice)의 세 가지 단계 중 적절한 레벨을 선택하게 된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1단계(Level 1): 일반적인 교실 규칙 위반, 거짓말, 욕설, 부적절한 물품 소지 등이 이에 해당하며, 행정 관리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담임교사 선에서 교육적 조치를 취한다. 조치에는 조용히 점심 먹기(silent lunch), 리세스 시간 중 대체 활동(alternative recess), 추가 과제(additional assignment) 등이 있다.
2단계(Level 2): 친구에 대한 신체적 폭력, 안전 위협, 괴롭힘, 절도, 1단계 행동의 반복 등 보다 심각한 사안이다. 이 경우에는 행정 관리자(admin)가 개입하며, 학생은 교실에서 분리된다. 행동 중재 전문가(behavioral interventionist)의 사무실에서 교육을 받거나, 행정 관리자 오피스에 머물거나, 심할 경우 일정 기간 등교 중지(suspension) 조치를 받는다. 이 역시 ‘처벌’이 아닌 ‘결과(consequence)’이므로, 상담(counseling) 등 교육적 대처가 함께 이루어진다. 행동의 심각성에 따라 결과의 수위는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결정된다.
3단계(Level 3): 위협, 폭행, 총기 및 마약 등 불법 물품의 소지 또는 판매, 성폭행 등 범죄 수준의 행동이다. 이 경우 학교에서 즉시 분리되어 퇴학(expulsion)되며, 주(state) 법령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다행히 우리 반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옆 반 학생 하나는 4학년 때 갑자기 사라졌고 퇴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고로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교사, 경찰, 판사, 엔지니어, 자영업자 등의 자녀가 함께 다니는 전형적인 서민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반마다 write-up할 일이 끊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행동 문제는 전 세계적 현상인 듯하다.
학부모는 누구나 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가능하면 write-up 없이 행동을 바로잡고자 노력하지만, 아이가 반드시 행동의 결과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discipline notice를 발행한다. 학부모들은 discipline notice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기에, 교사도 write-up을 할 때는 충분히 고민한 후 불가피하다고 판단될 때만 작성한다. 학부모가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전화로 항의하거나, 예고 없이 수업에 방문(pop-in)하여 분위기를 살피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 discipline notice가 일관성(consistency), 정당성(fairness), 타당성(reasonableness)을 갖추고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만약 학부모의 반응이 과도할 경우, 행정 관리자가 적극 개입하여 교사를 보호해 준다. 나는 항상 사안에 대한 자세한 기록(detailed documentation)을 남겨 나를 보호하고 교사로서의 신뢰와 전문성을 지킨다.
요즘은 좋은 튜터, 교구, 앱이 많아 교과 지식 전달은 점점 자동화되고 있다. 학생 개개인이 크롬북(Chromebook)을 사용하는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만약 지식 전달만이 교사의 존재 이유라면, 교사의 노동은 갈수록 하찮아질 것이다. 교사의 진짜 노동은 지식 전달이 아닌, 아이들의 행동 변화와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교실을 지켜내는 정신적 노동(mental labor)에 있다. 나는 이 정신노동의 가치를 믿는다. 행정 관리자(admin)의 강력한 지원은 이런 교사의 고충을 덜어주는 마지막 보루다.
나는 여전히 매일 이곳의 문화를 머리와 마음으로 익히려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 이 노력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영어가 늘어도, 난 여전히 한국인의 피가 흐르니까.
Dr. Lee, 오늘도 수고했어. 쫄지 말고 당당히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