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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재구성

보더콜리가 내 삶속으로 들어 왔다(1)

by 오월의고양이

산책길에 자주 들렀다.

견주가 커피를 문하 짧은 시간 동안에도 녀석은 거친 숨소리에 두 앞발은 갈 곳 잃은 모양으로 투타닥투다닥 거렸다.


갈색과 흰색이 화로운 털이 근사하다. 아주 잘 생긴 더콜리다.

산책의 끝, 달달한 커피 한잔을 들고 마당으로 가 앉는다.

잠시 풀어놓으셔요

철제 대문을 닫고 고리를 걸었다.

손님 오시면요?

그땐 열어주셔요

아 네네

그제야 느슨해진 미소를 보낸다. 녀석은 잠깐잠깐 제 주인의 동태를 곁눈질하며 잔디밭을 적휘적, 공중으로 뛰어오르다가 달리다가를 쉴 새 없이 반복한다.


지랄견이라는 닉넴답게 주체 못 하는 에너지를 카페 작은마당에 발산중이다. 산책중 만나는 덩치들이 느슨한 줄을 달고 견주옆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볼때면 근사하고 져 보였다. 그렇다고 결코 키우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

우리애 좀 키워주실 수 있어?

입양처 못 구하면, 쟤... 보호소로거예요...


평소럼 똑 같은 음료를 받아서 마당에 앉아 었다. 잠깐 나앙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대뜸 키워달란다. 전후 사정 설명도 없다. 지나가는 말로 치부하려 했다. 그런데 표정이 진지하다. 단골이라고는 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해 본 적도 없다. 그저 산책끝 커피를 마시다가 또는 테이크 아웃포장하는 카페사장과 손님, 그이상이하도 아니었다.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레르기...우리 아이 둘 다 알레르기가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제 거취문제로 심란한데 녀석은 잔디밭에서 펄쩍펄쩍 뜀뛰며 신났다. 주인의 이마에 걸린 걱정주름과 까지 팔랑거리며 바람을 가르는 녀석 묘하게 대비되었다.


테도 그러던데...

퇴근한 남편에게 보더콜리사연을 옮기는데 의외로 덤덤했다. 카페 마당을 지나치는데 대뜸

이 집에 사시는 거예요? 이 집주인이세요?

우리 개좀 데려가서 키워주실 있나요?

하더란다.

그래서?

내가 뭐라 하겠어. 그냥 들어 왔지.


아... 녀석은 진짜로 보호소로 보내지겠구나.

전문가들은 보더콜리를 함부로 입양하지 말라고 당부당부한다.

지능이 높고 끈기가 있으며 주인에게 순종하는 견종이지만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매력적으로 균형 잡힌 몸매에 귀여운 표정에 매료되어 입양을 덜컥했다가는 감당 못하는 경우를 메스컴으로 많이 보아왔다. 파양률 1위 견종이라고 했다. 관리도 만치 않다. 하루 두 번 이상의 산책 해도 아니 뛰어도 뛰어도 에너지가 철철 넘친다. 스코틀렌드 목양견인 녀석들은 하루종일 뜀박질해도 지치지 않는다. 또 숱이 많고 긴 털은 빗질을 주해도 집안 구석구석 털뭉탱이가 몰려다닌다고 했다. 털갈이 기에는 당연히 더 심해질 것이다. 솔루션프로그램에서 견주를 달고? 달리는 보더콜리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주는 흡사 커다란 장난감처럼 메달려 가고 있었다.


지능이 높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잘못된 학습또한 빨리 습득하여서는 불량스럽고 천방지축인 문제견이 될 소지가 다.


괜히 해 보는 거겠지.

키우던 애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게 어디 쉬운가?

한 번 기다려 보자고.


우리 부부는 계획에도 없었고 상상조차 한 적이 없던 보더콜리가 하루아침에 일상 속에 후욱 들어오게 된 것에 해서 괜히 들떠있었다.


그래도 말이지 정말 만약에 녀석이 가족이 된다면 어떻게 하지?


크림이(코리안코숏냥이)의 합사가 문제다.

소심한 데다, 가족 외의 어느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다.

오월이(고등어냥)는 순순음에는 하악질해 대더라도 반나절이면 제 풀에 꺽여 귀찮은 듯 하품을 하거나 그루밍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할 것이다.

빈(열 살배기 몰티즈)이는 얼마동안은 깡깡대겠지만, 개라고 기가 죽거나 하지 않을 것 같다. 녀석은 산책길에도 큰 녀석들에게 맞짱뜰듯 성큼 나아가기도 하는 놈이니까.

그런데 내가 문제다. 내가 과연 녀석을 케어할만한 그릇인가? 지금 있는 녀석들을 데리고도 허덕대지 않는가?


잔디밭을 뒹굴다가 제 주인을 한 번 힐끗보고는 다시 점프 점프. 산책을 마치고 왔다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이 이리뛰고 저리 뛰던 녀석과 물끄러미 무표정하게 쳐다보던 그녀...장면들이 겹쳐지고 흩어지고 머리속이 복작복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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