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코리야...
첫날밤.
조막만 한 박힌 돌 세 마리의 날카로운 냉대와 바스락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파닥거리며 내게 달려드는 코리... 몇 번이나 봤다고 내게 의지한다.
물끄러미 쳐다본다. 여기 어디야? 나... 왜 여기 있어?
날밤 샐 각오는 했다. 침대에만 누워 있을 뿐 온 신경은 녀석들 움직임에 쏠려있었다.
깜박 잠이 들었을까? 이른 아침 나답지 않게 벌떡 일어났다.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방 밖으로 나갔다. 오 마이 갓!!!
생전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배설 테러물로 거실에서 창고까지 초토화되어 있다.
전 날 저녁 본체와 다용도실로 이용되는 두 개의 방바닥에 배변패드를 잔뜩 깔아 두었었다. 화장실선택권을 준 것이다. 그러나 녀석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교묘하게 패드 사이사이와 테두리... 바닥은 오줌이 고여 흥건하고 멀리까지 튄 흔적이 있다. 긴 다리로 서서 맨바닥에 쏟아부었으니... 변도 묽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빈이도 설사, 코리도 설사... 총채적 난국이군...
"하루에 두 컵 반(따뜻한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컵) 정도 주시면 돼요.
아무 때나요..."
네? 걔 쉬 잘 가리는데... 그럴 리 없어요.
배변실수가 내 탓? 괜히 어그짱이 난다.
자율배식으로 늘 차있던 고양이사료는 채우는 데로 순삭이다. 크고 단단한 이빨로 어걱어걱 맛나게 씹어 삼키고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겅중댔다. 더 높이 올려둔다. 이층 계단이 가팔라서 다행이다. 고양이들은 모두 이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귀찮은 일에 말리기 싫다는 거다. 고양이 사고방식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빈이는 새 식구 길들이다 에너지방전으로 방석에 붙어 간신히 눈만 껌뻑인다. 꼬리도 흔들지 않는다. 물처럼 변을 뿜는 녀석에게 쏠릴 관심이 온통 코리에게 가 있다.
첫 산책.
견주가 가져다준 리드줄 끝이 너덜너덜 뜯겨 있다. 철컥! 줄이 목에 걸리자 겅중거리며 제 목 쪽 줄을 질겅질겅 입에 물고 하학 가릉가릉거린다. 우악스러운 큰 이빨이 씹어 끊어 버릴 것 같다. 으르렁하며 고개 휙휙 사래를 친다. 내 몸뚱이도 꼬리물기 하듯 한 방향으로 휘청거린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지친 것 같다.
요놈 봐라? 없던 전투욕이 스물거린다. 함 해보자! 이노무시키야!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려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와 긴 다리로 흥분해서 뜬금없이 내달리다 서고를 반복하는 코리.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아... 창피해... 마스크 착용하길 잘했다.
수컷 개들은 다른 동물의 흔적등을 지우기 위해 한쪽 다리를 들어 마킹을 한다. 그런데 녀석은 길 한가운데 암컷처럼 주저앉아 쉬를 한다. 뜬금없다. 아 창피해...
"일찍 중성화를 해서요.
"그래서 마킹도 안 하고 다리도 들지 않아요."
이거구나.
궁둥이를 뱅뱅 돌리며 힘을 준다. 올 것이 왔다. 그것도 길 한가운데에서... 정말이지 대책 없다. 철퍼덕! 턱! 턱! 서너 덩이가 떨어진다. 엄. 청. 나... 다. 나 이 광경 본 적 있다. 말이던가? 소였던가?
배변처리로 난감해하는데, 조용하다. 좀 전까지 나대던 녀석은 온데간데없다. 무념무상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엎드려 기다린다. 오호!!
소리천을 끼고 길게 나있는 천변은 산책길로 딱이다. 개천을 따라가면 운정호수로 이어진다. 넓은 호수를 끼고 여러 갈래 다양한 산책길들이 만나거나 나란하거나 여러 갈래 로이어 져있다. 횡단보도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다. 각종 철새들이 날아들고, 인파가 분산되어 한산하다.
동네 길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산책을 즐긴다. 그러나 코리와의 동행은 뭐랄까? 녀석의 페이스대로 이리저리 휘둘리고 말았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뻐근하다.
이 짓을 매일 해야 한다. 그것도 두 번 이상...
"여름엔 새벽 다섯 시에 나갔지."
"살 좀 빠질 거야."
보더콜리 키우는 친구 M은 이렇게 오 년을 해 왔다는 거지?
살은 안 빠지고 볼살만 움푹 패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