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의 내용
며칠 전, 나는 교내 학술저널 동아리의 회장 임기를 마쳤다. 일반 회원에서 편집부장, 회장을 거치면서 점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조금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의사소통 능력은 매우 중요하고, 많은 경우 의사소통의 수단은 이메일, 문자, 메모, 회의록, 보고서, 책 등 글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교수님에게 메일을 드릴 때, 상사에게 보고서를 올릴 때, 글은 나의 첫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좋은 글은 무엇일까? 본 게시글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면서 내가 스스로 정립해온 개인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고 정리하고자 작성하였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공간을 절약하기 위해 ‘~인 것 같다’와 같은 겸손한 어투보다 ‘~이다’와 같은 확정적인 어투를 사용하고자 하였다.
좋은 글의 가장 중요한 조건 세 가지는 ‘내용, 형식, 맞춤법’ 이다.
글의 내용은 정확하고 유익해야 한다. 글의 종류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사실 글을 쓰는 것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므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학술저널 기사문의 경우 잘못된 지식을 전달해서는 내 글을 믿고 읽어주는 독자에게 오개념을 남길 수 있는 일이며, ‘기록(문서화)되어 있지 않는 것은 행하지 않은 것과 같다’라는 말처럼 글은 근거문서로서 효력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지워지지 않는 짧은 악성 댓글 하나는 누군가에게 언제든 다시 따가워질 수 있는 상처일 수 있다. 조금 더 좋은 내용을 담기 위해 다음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1)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많은 자료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주제에 대해 공부하자.
간단한 계산도 자주 틀리는 선생님에게 수학을 배우고 싶지 않듯이,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작성한 글은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보전달글을 작성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내가 행해야 하는 것은 ‘나 스스로 주제에 대해 아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학술정보는 1/2/3차 문헌(교과서, 논문, 저널, 신뢰도 높은 웹사이트 등)을 통해 수집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이들만 찾아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실용적이지 않은, 소위 말해 너무나 교과서적인 정보만 얻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배경지식을 수집하기 위해 출처를 불문하고 블로그, 인터넷 기사, 신문, 뉴스레터, 구글링해서 나오는 PDF, 리뷰논문 등 무엇이든 찾아보고 보자.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나의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내가 주제에 대해 많이 알고, 나의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2021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술저널에서 ‘항체의약품의 종류와 예시’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였다. 하지만 발전하는 분야인 만큼 최근에 나온 항체의약품의 종류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 교과서를 찾기 힘들었고, 최신이라고 소개된 예시는 이미 몇 년 전의 이야기였다. 단일 논문을 참고하기에는 전체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고 하나의 항체의약품을 깊이 다룬 논문이 대부분이었다. 즉, 하나의 자료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나는 구글링 결과 나오는 리뷰논문, PDF(타대학 교수님들이 작성하신 한글 논문), 과학잡지에서 간략히 소개한 항체의약품의 종류, Youtube에서 의사/전문가가 항체의약품에 대해 비교설명한 영상, 간단하게 정리된 블로그 등 어느 정도의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모두 클릭하여 들여다보았다. 공부를 하는 도중에는 글 속에서 내가 이 내용들을 어떻게 구성하여 독자에게 전달할지 큰 틀을 잡아 해당되는 칸에 추가하면서 여러 자료의 내용들을 취합했다. 이는 내가 글에 참고문헌으로 인용하기 위한 자료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글을 작성하는 ‘내’가 지식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글을 작성하는 짧고 긴 기간에는 항상 머리가 그 생각으로 복잡하게 차있던 것 같다.
2) 참고문헌은 정확한 출처(Reference)를 활용하자
우리가 각종 Source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배경지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글에 직접적으로 인용되는 과학적 원리, 수치, 통계 등은 정확한 출처에 기반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에서 ‘객관성’과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의학/과학 논문을 참고할 때 Lancet, NEJM, Cell, Nature, Science 등의 저널의 위상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도 이들에 실린 기사의 정확성과 유의미한 정도가 검증되어 ‘객관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우리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모두 생산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가 ‘출처’이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문헌으로는 1/2/3차 문헌이 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1차 문헌: 개별 연구 논문. 완전하고 자세한 정보를 포함함. Ex. 정기간행물(Newsletter), 최신정보문헌(Journal, Article) 등
- 2차 문헌: 초록/색인자료. 검색원/database로, 많은 정보원에 대한 검색이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됨. Ex. 검색정보원(electronic database, Lexicomp, Uptodate, Medscape, Micromedex) 등
- 3차 문헌: 종설/사설, 교과서. 조사가 쉽고 편리하나, 정보가 완전하지 않고 업데이트가 느림.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유용하나, 비뚤림(bias)의 문제가 있을 수 있음. Ex. 교과서, DI handbook, Review article
출처문헌을 표기하는 방식은 APA 방식, IEEE 방식 등 여러 개가 있으므로, 원하는 형식으로 선택하면 될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학술저널은 문장 끝에 [3]와 같이 대괄호 안에 출처문헌 숫자를 기재하는 IEEE 표기 방식을 사용하였는데, 저널에서는 저자와 년도를 (Lee, 2022)와 같이 표기하는 APA 방식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모든 문장 끝에 출처를 표기하는 것을 오히려 글을 읽는 데에 방해가 되어 가독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적당히 정도를 조절하여 기재하는 것이 좋다.
3) 글의 목적/예상독자를 고려하며 난이도를 조절하자.
글의 난이도를 적당히 조절하기 위해 ‘글의 목적과 예상독자’를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쓰다보면 ‘내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고, 장황하게 설명하다보면 단락의 핵심을 흐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필자는 예상독자를 고려하여 ‘이 정도는 알거나, 찾아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용어는 설명을 매우 간단히만 하거나 각주를 생략하였다. 상기 언급한 항체의약품 글의 예를 들어 보자. 우리 학술저널의 예상 독자는 ‘약학에 관심/배경지식이 있는 일반인/서울대학교 학생들/전공자’였다. 포괄적이고 애매하게 보일 수 있지만, 생명과학을 학습한 적이 있고, 약학에 관심이 있어 충분히 알고 있는 개념이거나 네OO 검색창에 한 번 검색하면 알 수 있는 내용, 혹은 단락 내 중요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없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삭제하였다. 다음은 항체의약품의 한 종류인 ADC(Antibody Drug Conjugate)를 설명하는 단락 내에 있는 문장이다.
특히 호지킨림프종 치료제 Adcetris®(Brentuximab vedotin)의 경우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단백질인 CD30를 표적화하는데, 약물을 결합시키지 않았을 때 0%의 ORR로 임상적 항암효과가 거의 없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시킨 경우 암환자 4명 중 3명(75%)에서 종양의 크기가 매우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언뜻 보기에 어려워보이는 단어들 중 각주는 ‘호지킨림프종’과 ‘ORR’에만 추가하였다. Adcetris®/CD30는 예상독자에게도 생소한 개념이지만 문맥상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 않고, 표적화/임상적 항암효과/항체는 예상독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호지킨림프종'도 경우에 따라 깊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추가하였고, 'ORR(Objective response rate, 객관적 반응률)'은 임상적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개념이기 떄문에 각주를 통해 세부설명을 추가하였다. 사실 이렇게 설명을 하는 정도는 필자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글을 여러번 쓴 경험을 바탕으로 알맞은 정도를 설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보전달의 목적에 맞게 글을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배경지식을 갖고 글을 써내려가더라도, 주제와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글이 완성될 수 있다. 이는 좋은 글의 두 번째 요소인 ‘형식’에서 서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