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안경점(3편)

유난히 집착하는 아이템

by 그루터기


이곳을 들를 때마다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하여 ‘ㄱ’ 자로 배치된 안경 진열장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당연히 무테안경만을 주의 깊게 살폈다. 오늘도 딱 마음에 드는 새로운 디자인의 무테안경이 몇 개 눈에 들어왔다. 이미 내가 소장 중인 물건만으로 부족함이 없음에도 늘 이렇게 하는 것이 어느덧 몸에 배었다. 가격, 브랜드, 원산지 등을 물었다. 이미 흥정을 마쳤다. 오늘도 이래서 안경 소장품 라인업을 하나 더 보강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포인트로 결제를 하면 크게 부담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변명에 불과했다. 복지포인트로 다른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니 이는 현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기회비용이 따르는 데도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 제품을 보면 충동구매를 자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약 1주일 후 새로운 완성품을 호기롭게 들고 귀가를 했다. 다음 날 출근하여 무심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이 디자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무테안경이 내게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알렸다. 또 괜히 돈을 뿌렸다는 후회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것이 내 캐릭터의 실체이고 가능성이며 동시에 한계였던 것이다.

그 많고 많은 무테안경 중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 무테안경족에 데뷔할 당시 제일 먼저 내 친구로 받아들인 제품 디자인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나를 발견하곤 했다. 초등부터 고교시절까지 교실의 좌석배치는 지정석 방식이었다. 대학시절은 강의실 내 지정석이 따로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늘 찾는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었다. 이와 유사했다.

이를 별 것이 아닌 것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분명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사람의 성격, 취향,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못했고 이렇게 좁을 수가 있을까 하는 곳에 이르면 이는 무시무시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 것을 손 좀 보아주실 수 있나요?”

가장 최근의 일이었다. 다초점렌즈 안경 조임 상태가 느슨해져 읍내 소재 안경점 한 곳을 찾았다. 우리나라 안경 업계의 업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이 안경점의 상호는 내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곳이었다. 다만 영업장소를 옮겼을 뿐이었다. 중소형 지방 군소재지의 절대 인구도 빠른 속도로 줄었다. 게다가 안경점의 이름을 내건 점포는 늘어났다. 이러니 대도시와 달리 영업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약 6개월 전 이곳 고향으로 혼자 귀촌했다. 내 단골 안경점은 인천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도 단골점을 찾을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시간 거리 비용 등을 따질 때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곳은 대도시의 안경점과 달랐다. 의외였다. 무테안경 AS 가능 여부를 묻는 나는 최소한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았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나를 맞이했다. 내 마음에 쏙 들만큼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너무 고마웠다. 나의 시력 상태나 안경의 취향 돋보기 등에 관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보람 있는 상담을 이어갔다.

음식점, 서점, 병원 단골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안경점도 이에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오랜 단골을 계속 찾기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지연 혈연 학연으로 연결된 단골이라도 일단 고객의 거주지와 멀어지면 마음과 같지 않았다. 먼 거리를 마다하고 단골집을 계속해서 찾는다는 것엔 많은 애로와 고민이 따랐다. 시간이나 비용 등을 따져 볼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나 거리상 접근성’이 단골집을 계속 찾을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전제조건이었다.

이럴 경우 새로이 자리한 지금의 생활 근거지에서 가장 찾기 쉬운 곳에 제2의 단골집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시 처음 단골집 인근으로 옮겨갈 경우에 최초 단골을 찾게 되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단골 안경점(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