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플 뇨끼가 주는 위로
어제는 눈이 오더니
오늘은 산책하기 좋은 햇빛을 보내주었다.
마다하기 힘든 유혹을 느끼며
마음껏 무상의 온기를 즐긴다.
어제 다녀온 상갓집 영정 사진이 어른거린다.
언젠가는 누구나 앉아있어야 할 자리.
따뜻한 뇨끼를 마주하고
고소한 크림소스를 한 숟가락 먹어본다.
입안이 따뜻해지고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뇨끼맛을 못 보고 죽는 것과 뇨끼맛을 보고
하직하는 건 차이가 있을까?
차이가 없다 해도 다양한 맛에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건 나의 작은 사치다.
옹심이 같은 감자를 먹었다.
뜨거운 감자라는 말이 실감 나듯
아직 열감이 목젖을 타고 내려간다.
소박한 감자지만 여기에서는 왕자구나.
요즘 보를레르의 댄디즘에 집착하고 있다.
그가 보여준 다른 시각과 생각은 외계인 같다.
아주 평범한 나의 뇌에 그의 사상은 도끼다.
뇨끼를 맛보듯 보를레르를 감상한다.
나에게는 내 속의 것들을 끄집어낼 용기가 없다.
무엇이 두려운 건지.
아직도 깨야할 믿음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갑자기 어깨가 무너진다.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와서 조그만 남의 시선에도
움찔한다.
덕분에 무리 없이 살아온 건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그냥 뇨끼나 먹자.
더 생각하면 감자가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