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하는 이유

by 프리맨

삼 년 전 브런치에 도전했다 실패하고, 브런치를 떠났다. 이제 다시 돌아와 글을 쓰려니 원치 않은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루 종일 브런치에 올라온 글을 읽고, 내 글도 쓰고, 작가 신청을 하려고 페이지를 열었지만,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다시 실패의 경험을 맛보고 싶지 않아서다.


지루하던 참에 어머니에게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별로 밥 생각은 없었으나, 마음이 허전하고 싱숭생숭하여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어폰에서 세상의 모든 음악 프로가 진행되고, 오늘따라 모습을 서서히 감추는 석양처럼 차분한 음악이 주로 들렸다. 막상 어머니 밥을 보자 습관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농협에서 사 온 좋은 소고기로 핏물도 제거하지 않고 뻑뻑하게 구운 걸 내놓았다. 흔한 고기 소스조차 없다. 나는 이런 고기에 익숙하다. 남들은 뭐가 어떠니 저떠니 하겠지만, 나는 뻑뻑한 맛으로 먹는다. 쌈장을 발라 외삼촌이 준 추부깻잎에 싸서 먹으면 씹는 맛도 나고 묵직한 맛이 난다.


밥을 먹고 카페로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여전히 차분한 음악이 들렸다. 밥을 먹어서인지 머리가 맑아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문득 낮에 피곤해하며 글을 쓴 것이 조금 민망해졌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나를 위로하고 나와 대화하는 것에 비중을 둔 것이 아니라, 브런치로 남의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밥도 비록 세상의 기준에 안 맞을지 모르나, 가족들을 향한 정성된 마음이 있기에 나를 만족시키듯이, 나는 우선 나 자신에게 행복한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면 우선 나의 글쓰기가 행복하고 기쁘고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쥐어짜는 글쓰기가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글을 써서 행복한 글쓰기. 그것은 곧 다른 나도 만족할 수 있는 지름길 같다.


나 스스로 브런치 작가가 될 실력과 행복한 글쓰기가 될 때까지 조급하게 작가 신청에 매달리지 말자. 그리고 작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우선 나의 행복과 위로를 위한 글쓰기를 해보자. 비록 구독자가 한 명에 불과할지라도 개의치 말고.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기 전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