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

물회

by 프리맨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삼척 장호항에 놀러 왔다. 물회는 속초 물회포항 물회가 만드는 방식이나 재료가 서로 다른데, 과연 삼척은 어떤 물회일지 궁금했다. 지역으로는 속초에 속하나 경상도의 영향도 크게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 도착하여 아름다운 해변과 바닷가 근처 우뚝 솟은 바위돌들을 구경하고, 항구 근처에 횟집 세 군데 중 한 군데를 눈여겨보았다가 들어갔다. 네이버 평도 가장 좋았다.


물회 하면 들어가는 회가 싱싱한지, 야채는 깨끗하게 씻었는지, 대충 만들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국물요리는 모두가 이런 선택적 의심을 받게 마련이다. 나의 미각은 아직 까다롭게 그런 것을 알아볼 정도로 발달되지도 않았고, 물회 경험도 많지 않아 아직 이 음식은 초보에 불과하다.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을 보면서 BTS 진이 물회를 좋아한다는 소리에 깜놀했고, 거의 미국 사람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수박육수 물회를 만드는 것을 보고 다시 놀랐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많은 메뉴 중에 물회를 선택하였다.


주문한 물회는 금방 나왔다. 첫인상은 어 이거 뭐지? 국물은 보이지 않고 콩고물과 깨가 보이고 붉은 간 얼음이 내용물을 보이지 않게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포항식인가? 속초식인가? 헷갈리게 만드는 이 비주얼. 잠시 물회를 바라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겼다. 과감하게 눈 감고 휘젓고야 내용물을 구경할 수 있었다. 흰 생선살은 거의 보이지 않고, 얇게 썬 양배추가 주로 눈에 띄었다. 섞으니 비로소 국물이 자박하게 올라왔다. 속초식이 맞다. 우선 국물 맛을 먼저 보았다. 식초의 새콤한 맛이 확 올라오고, 한약 맛 같은 맛이 살포시 강하지 않게 혀를 자극했다. 무엇인지 모르나 아마 이 집의 이 맛이 킥이 아닐까. 바쁜 주방과 홀을 보니 호기심이 일었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


한동안 말없이 먹다가 물회에 밥 말아먹으면 맛있어라고 했더니 다들 의아한 눈치다. 한 번도 밥을 말아먹는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그럼 냉면에 밥 말아먹어야 해라고 묻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찰기가 가신 밥을 반쯤 말아놓고 다시 국물과 회를 즐겼다. 찬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먹는 물회는 바다내음과 함께 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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