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달, 특히 보름달은 사람들에게 해와는 다른 촉촉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 달 속에서 떡방아 찧는 토끼를 연상하거나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던 기억. 달을 보면 감정이 순해져 아귀다툼을 내려놓게 되고 달 앞에서는 마음이 유해진다. 시인도 아마 달에 대한 느낌이 남달랐지 싶다.
시인은 놀랍게도 상현달에서 잉태한 여신을 본다. 그 여신이 능선 위에 앉아 쉬다가 인간인 자신에게 들킨다는 급기야는 상상이 예언자 이사야에게로 시를 끌어간다. 부러우리만치 놀라운 상상력이다. 뭔지 모를 충만감으로 가슴이 뻐근하다. 아마 시인도 가슴에 가득 차 오르는 느낌을 담아내려고 상현달이라고 했나 보다.
상현달은 음력 7~8일경에 떠서 자정을 기점으로 이지러진 달이다. 시인은 새벽녘에 본 달을 얘기한다. 그렇다면 하현달이어야 옳다. 하현달은 음력 22일~23일경에 뜨는 반달이다. 박완서 작가의 '미망'에도 달을 표현한 문장이 나온다."자정이 지난 지 오래인 듯 하현달이 뜰아래 추녀 허리에 처연하게 걸렸다."라고 표현했다.
하현을 상현으로 표현한 건 분명 시적오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빛나는 건 멋진 상상력과 놀라운 감성, 우리말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이미지를 그려 놓았다는 것이다. 나희덕 시인만의 시적 정서 때문일까. 다시 읽게 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