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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Dec 08. 2023

12  손택수 시인의 '눈이 삐다 '

눈이 삐다

손택수 시인

 

눈이 삐었니, 이제보니

뼈 있는말

뼈가 아픈 말

눈 속에도 뼈마디가 있어

가끔씩은 눈도 삐고 볼 일이다

무심히 보는 것에도 허방이 있으니,

발목을 접질리는 눈길이 있으니

보는 일이 예사 아니다

함부로 보는 일에 다

뼈를 받치는 바닥이 있었구나

눈이 삐었니, 그래

어쩌다 한번은 눈이라도 삐어서

절뚝거리고 싶다

더듬거리고 싶다

복사뼈 아래가 다 시큰하게

내딛는 통증으로 문득

환해지는 풍경들



<시시콜콜> 어제 저녁 시골 노모가 비벼준 김치를 차에 싣고 올라오면서 차창 밖 달을 봤다. 빠른 질주에도 달은 계속 따라온다. 아무생각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창쪽으로 들이댔다.

산너머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가​ 금방이라도 닿을락말락 한 거리에서 달은 따라오고 있다.

마음속으로 달을 꼭 붙들어 놓고 몇 컷을 찍었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이 말한다.

" 잘 안 찍힐 것이니 가만 눈으로 보셔."

 달은 이내 따라오고 있다. 언젠부터지. 마음에 차는 사물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안에 가둬두고 싶은 욕심이 생긴지가.


어느 시인은 "아무리 멋진 사물과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도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다"고도 했다.

사진을 찍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그것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줄줄이 켜진 가로등이 보름달처럼 보이다 내 앞을 달리는 차량의 후미등 불빛들이 풀어 제낀 털실같다.​

본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예쁘지 않은 것도 전혀 마음이 당기지 않은 것들이 저 달처럼 끌어 오고 싶을 때가 있다. 달은 접질일 뼈도 없는데 시인의 '눈이 삐다'라는 말에 묘한 끌림이 있다. 달콤하고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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