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작가의 산문집 <모든 게 노래>를 읽고 있다.김중혁 작가를 그때 처음 봤다고 하면 이 표현이 맞긴 한 걸까.그렇담.그를 처음 본 건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함께 영화를 얘기하는 영화 팟 캐스트에서다.
나는그가 소설가가 아니라 영화?쪽 사람으로 오해했다. 그만큼 그는 영화에 대해 진지하고 자신이 본 영화 얘기를 이동진 처럼 말하고 있었다. 여기서'이동진처럼' 이란 영화에 대해 그만큼 해박하단 개인적인 평가다.
김중혁을 찾아봤다. 세상에. 글쎄,그는 이미 슬하에 50여권에 달하는소설과 산문집을 거느린 중견 작가다.거기다 영화에 대한 견해도 깊고 넓다. 물론 작가가 영화를 디테일하게알지 말란 법은 없지만 거의 영화 전문가처럼 말하는 언변 또한 대단해 책도그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먼저그의 산문집부터 펼쳤다.
산문집 중엔 이야기를 찰지게 하는 책<메이드인공장>도 있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산문집<오늘 딱 하루만 살아볼까>도 있다. 읽다보면밑줄 그은 행간에 생각을 보풀보풀 달게 할 만큼 책 문도 활짝 열려 있다. 그중 그의 글 한 스푼에 내 생각 한 스푼을 더한 문장들을 가져오며 앞으로읽어볼그의 소설은 또 어떨까 하는 기대를가져 본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죽으려는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알지 못해도 위로할 수 있다. 나는 '위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위로'의 '로'는 애쓴다는 뜻이다.(94쪽)-김중혁 산문 <모든 게 노래>
생각하면 나는 '위로'라는 말에 그리 익숙하지 못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해서 위로를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냉혈한처럼 독해서도 아니고 주변에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다. 다만 내가 위로한답시고 상대방에게 얹어주는 마음이 별 위로가 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더 무겁게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움에서다.
잘 알고 지내는 이웃의 여자가 '차 한잔해요'하며 다가와 가벼운 수다에서 친정문제,시댁문제,남편얘기, 등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속내를 털어놓게 되면 처음엔 가볍게 맞장구도 쳐 주고 추임새도 넣어 준다. 하지만 그녀가 차 한잔 하자는 핑계 삼으며로 나를 보자고 한 본론으로 들어가면 나는 입을꼭 다문다. 그냥 곁에서 조용히 들어줘야 할 것 같아서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예의지 싶어서다. 그럴 때 내가 건네는 말 한 마디는 무척 조심스럽다. 그녀가 그녀 속에서 들끓고 있는 더운김을 다 뿜어낼 때까지 기다리며 들어주는 것이 내가 상대방에게 건네는 위로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