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꽉 차 플라스틱 화분이 금 간 것을 보고 시인은 단칸방에서 누이들과 여름을 나던 그때를 떠올린다. 얼마나 덥고 숨이 막혔을까. 시를 읽고 있으니 시인의 상황이 그려지면서 "이대로 그냥 견뎌요" 라는 시 구절이눈에 밟힌다. 깜냥은 깜냥끼리 통한다고 선풍기도 없던 반지하 단칸방 신혼 시절이 불쑥 떠올라 세월이 흘러 그 때에 비하면 아파트살림이라 살만 한데도 나도 모르게 속에서 더운 김이 올라와 후,하고 숨을 내 쉰다.
폭염과 폭우에 힘들었던 지난 여름은 고약한 갱년기 증상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혔었다. 좀처럼 가지 않을 것 같은 여름도 가을에게 자리를 내 주고 나니 그 사이 나는 견디는 쪽으로 기울어져 깊어가는 가을을 맞고 있다. 삶에서 견뎌야 하는 순간은 늘 온다.맘 먹은 대로 일이 안 될 때, 사람사이가 원만하지 못할 때, 심신이 고단할 때, 힘들어지고 지난한 터널속일지라도 "우리 이대로 가을을 견뎌봐요!" 라는 말을 넌지시 건네고 싶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