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하늘빛인 이 시집은 가지고 있는 시집 중에서 오래 되어 갈잎처럼 낡아간다. 가을을 타는지 이맘때가 되면가을 시를 찾아 보곤 하는데 책갈피에 눌러 논 네잎 클로버라도 발견한 듯 와락 반갑다.
정일근 시인의 시는 시편마다 배 있는 순하고 맑은 서정이좋다. 차고 맑은 가을날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시인도 가을 타는 걸까. 창틀에 걸린 거미집을 예사로이 보아 넘기지 않는다. 측은한 마음이 창틀의 거미에게로 가 닿아 그냥 못본 채 돌아선다는 구절이 따뜻하게 전해온다.
측은지심이란 머리로 계산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그리로 기울어지는 것일까. 순하디순한 시 구절이 좋아 풍경속 가을부근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