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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Nov 06. 2023

09  바쇼의  하이쿠 '아침 차 마시는 스님'

아침 차 마시는

승려 고요하다

국화꽃 피고


바쇼 하이쿠 선집. 230쪽의 시




일본에서 하이쿠의 성인으로 부른다는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다. 17자로 이루어진 짧은 시지만 음미하는 순간 자연스레 풍경이 떠오른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고요하게 차를 마시는 스님은 무슨 생각에 잠길까.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뜰에 국화가 피어 있고, 차고 맑은 아침 공기와 차 향이 어우러져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님은 차를 마시고 있고 가을 아침 국화꽃은 고요하게 피어 있고...,


바쇼는 이 시를 어느 선사를 방문했을 때 지었다고 한다. 자연인으로 살다 간 시인의 상상인지 그날의 침묵 속 지켜본 풍경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제된 마음속 풍광이 어땠을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시다.


이맘때 산사는 시간이 머문 한 점이 아닐까. 왠지 화선지에 찍힌 먹점이 생각난다.


몇 해 전 수종사 다실에 앉아 차 마시며 내려다보던 두물머리 풍경도 이 시만큼이나 고요했었다. 그날의 고요가 이랬던 것 같아서 바쇼 따라쟁이 해본다.


그윽한  차 향

먼산바라기는

그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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