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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Sep 27. 2022

아내의 가까운 이웃들

 보글보글 매거진 9월 5주 차 글놀이

저는

가까운 이웃이 없습니다.

아파트에 살고, 낮엔 출근하고 저녁에는 티브이 보고 밤엔 자기 때문이죠.

저희 집 바로 앞의 이웃은 차가움 그 자체입니다.

남자분은 그나마 나은데, 여성분의 싸늘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요.

게다가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그쪽 집 절반 공간은 항상 물건이 쌓여 있습니다.

왜 버리지 않는지, 왜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지, 왜 정리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365.25일(2월이 29일인 해도 있으니) 내내.


그래서, 좋은 이웃을 많이 둔 아내에게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래는 아내의 글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일 중의 하나이고,

인생의 선물을 받는 듯한 기쁨이 있는 일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가 15년이 넘어서 내게도 이웃이 있다.

아이들을 키울 때부터 만난 친구도 있고,

동네 주민으로 만난 이웃도 있고,

같은 운동을 좋아해서 만나는 사람도 있고,

걷기를 좋아해서 함께 하는 친구도 있다.


작년에는, 나에게 큰 사건들이 많았다.

아버지와 엄마께서 돌아가셔서

삶의 기둥이셨던 분들이 내 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재작년부터 엄마께서는 백혈병으로, 아버지께서는 더 오래전부터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시다 보니

두 분을 지켜보고 가끔 가서 간병해 드리면서 나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진 데다가

갱년기 증상과 수면장애까지 와서 몸무게도 많이 빠졌었다.

나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힘들었을 것이다.


동네 이웃들도 나를 보며 안쓰러웠는지,

아침이면 구운 고구마와 반찬을 대문 앞에 두고 간 언니들도 있었고,

전화도 자주 해 주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내 몫을 챙겨 놓았다가 가지고 와서 두 손에 쥐어 주고 가는 이웃도 있었다.


지나는 길에 만나면 나를 안아 주기도 하고,

묵묵히 내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형제들은 모두 객지에 있기 때문에 해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와 마음을 보듬어 주는 동네 이웃들이 나에게는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가족이 많은 것을 채워 주지만,

혼자 있을 떼 함께 해주는 이웃 언니들의 따뜻한 마음은 잊을 수가 없다.


삶을 나누고, 함께 나란히 걷고, 손 잡아 주는 그런 좋은 이웃.

내 아이들 마저도 챙겨 주는 좋은 이웃 친구들이 있어서

나는 너무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로운 작가님의 글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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