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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J부부의 결혼 25주년기념 스페인 자유여행기_23

VI. Day 10  마드리드_05


올리브오일을 사러가자


아직 선물 쇼핑이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올리브오일이다. 다시 솔광장쪽으로 가잖다.

사실 보통의 남편들이 그렇듯이, 쇼핑을, 특히 아내와의 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물론 집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여행에서 돌아가며 이렇게 바리바리 선물을 챙기는 건 더욱 귀찮아 하는 편이다. 여행 다녀온 걸 뭐 자랑이라도 하나? 그냥 공항에서 초콜릿 정도 사면 안될까?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었기에, 그냥 친지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다. 우리가 여행하는 데 도와준 건 없다해도.


우리가 간 곳은 La Chinata라는 가게인데, 조금 일찍 도착했더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10시 정각에 문을 연다. 본의 아니게 올리브오일을 위해 오픈런. 



이것저것 둘러보는 데, 여종업원이 엄청나게 한국말을 잘한다. 인사 정도가 아니고, ‘이건 올리브오일이 아니구 발사믹 식초에요’, ‘이건 립밤이고, 이것보다 저 올리브오일을 많이 사가세요.’ 식으로 유창하다. 물어보니 한국에서 1년 반 공부했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일본어를 배웠다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는 데,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단순히 K-pop의 유행 그 이상의 대한민국 국력의 신장이 반영된 것이겠지? 그러길 바란다. 



올리브오일까지 구매 완료. 아내도 이것저것 많이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 간소하게 마무리한다. 

자, 이제 출발 준비 끝


마드리드 공항으로! & Tax Refund 해프닝


아토차역에서 공항버스 203번을 타고 마드리드 공항 터미널 2로 간다. 5유로 X 2명 = 10유로. 인천공항까지 가는 공항버스가 인당 17000원이었으니, 상당히 싼 편이다. 


체크인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Tax Refund. 사실 쇼핑을 거의 하지 않아 환급받을 부가가치세도 기껏해야 대략 2만원 정도지만, 경험삼아서 그리고 상점에서 꼼꼼하게 환급받는 요령을 알려준 점원의 친절함을 생각해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체크인 전에 tax refund 서류를 전용키오스크에서 스캔해서 등록하고, 체크인 후에 환급받는 부스를 찾아가서 돈을 받는 절차다. 어렵지 않겠는데? 하고 일단 전용키오스크를 찾았는데, 아이고 고장이다. 인포메이션에 tax refund 키오스크 고장이던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터미널 1로 가야 한단다. 이런…


‘초심(?)을 잃지 말자. 2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야. 게다가 시간도 많이 남았잖아!’ 하며 터미널 1로 갔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대충 보니 터미널 2는 장거리 항공편, 터미널 1은 단거리 내지 국내선 항공편 같다. 정말 이용객이 많다. 열흘 전 인천공항에서 출국할 때의 인파 수준? 



키오스크 찾기도 어렵다.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는 데, 할아버지(?)들이 앉아있다. 친절 안함. Tax refund전용 키오스크 몇 대가 있는 구역이 저 구석쪽에 있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다. 하기사, tax를 환급해가면 스페인 입장에선 손해니, 가능한 한 불편하게 해서 포기하게 할 필요가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줄을 섰다. 그런데, 줄이 안줄어든다. 지금 tax refund 서류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입력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스캔을 하고 있다. 언뜻 봐도 보따리 장수가 분명했다. 정말 한참을… 스캔하고 있다. 그럼 옆 키오스크는? 마찬가지다. 보따리 장수입장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일 것이다. 세율은 품목별로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대략 10%라고 해도 매입한 게 10,000 유로면 1,000유로 가까이 돌려받는 것 아닌가! 


스캔하고 있는 서류를 슬쩍 보니 Zara 매장에서 구입한 영수증과 관련 서류다. 무역업의 첨병들. 하지만, 너무 시간이 걸린다. 아, 이걸 기다려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흐르고, 결국 우리 차례는 왔다. 간신히 등록. 자, 들어가자.


보안검색을 거쳐 게이트쪽으로 들어왔다. Tax refund 부스를 찾아라. Tax refund 부스가 어디있는 지 인포메이션에 물어보려는 데, 어떤 중국여자가 새치기를 하네? 정말 뻔뻔하다. 


물어보니, 당연히 저 멀리 구석 쪽에 위치해 있다. 가서 보니 사람들이 이미 길게 줄을 섰다. 아… 애당초 그냥 환급을 시도하지 말 걸. 배도 고픈데, 그냥 카페테리아에서 타파스에 맥주나 와인 한잔, 아니 두잔을 하며 사진이나 볼 것을. 이미 늦었다. 받아들여. 갈 데까지 가봐.



하지만, 부스 안의 직원들이 너무, 정말 너무 일을 천천히 한다. 우리 앞사람의 경우 멕시코에서출장 온 사람인데, 명품 쇼핑을 여러 개 했는지 환급받는 금액이 상당했다. 문제는 환급을 유로가 아닌 달러로 해달라니까, 환율로 환산을 한 후. 달러화로 주는 데, 담당 직원이 돈을 한번 세고 확인하고, 또 세고나서 확인하고, 또다시 세어보는 게 아닌가! 아.. 참자. 조금만 있으면 우리 차례야.


드디어. 하지만, 서류 중 하나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처리가 안된단다. 에이. 알았어요~ 그냥 되는 대로 주세요. 받은 게 달랑 만원이다. 그래도 한시간 가까이 실랑이한 끝에 쟁취한 선물이니, 이 돈은 쓰지 않기로 했다. 봉투에 고이 모셔서 오랫동안 보전하기로.


자, 한잔 하러 가자! 



카페테리아에서 핫도그, 감자튀김, 파스타 그리고 와인까지 시켜선 자리에 앉았다. 결정적으로 와인이 들어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피곤과 짜증이 싹 가시고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 우린 이렇게 살아야 해. 단순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먹고 마시다 3시 반 정도 되니, 경유지 파리로 가는 비행기 게이트 안내가 뜬다. 지연없이 출발.

점심 먹은 지 얼마 안되었지만, 당연히 기내식도 먹었다. 비건샌드위치, 치킨샌드위치, 오렌지 주스 그리고 또 와인 (여긴 작은 플라스틱병으로 준다.) 


드디어 서울로~



“Extremely fully booked” 

예약이 늦어, 심지어 아내와 나는 옆에 함께 앉는 두 좌석도 없었다. 따로 따로 그것도 안쪽 자리에 각자 갇힌 채 12시간 넘게 가야 할 상황이었다. 혹시, 자리를 바꿀 여지가 있나 싶어 항공사 직원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Extremely fully booked. 마치 자기도 생소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전혀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대충 보니 가족들이 온 경우라도, 좌석을 지정하면서는 각자 통로쪽으로 예약해서 앉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들은 함께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다음 번 여행때는 미리미리 좌석 예약을 하리라 다짐 또 다짐한다. 아니다. 이렇게 연휴때는 어디 가지 말자. 남들 일할 때, 놀러가자. 그럼, 이렇게 비싸고 붐비지 않을 거 아냐. 



그런데, 일단 이륙을 하고 나니, 별 불평도 없어진다. 화장실을 가기가 좀 불편하긴 한데, 뭐 영화도 보고, 기내식도 먹고, 잠도 자고. 자다 깨서 지난 열흘간 찍은 사진을 보며 정리하니 시간이 잘 간다. 이번엔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구나. 표정도 좋다. 정말 한국의 모든 일을 싹 다 잊은 표정들이다. 그래, 그러려고 왔지. 당초 목적에 충실했네. 여행기간 동안, 예약이 잘못되어 헤매거나, 소매치기나 짐을 잃어버리지도 않았고, 배탈 한번 없이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할 일이다. 준비를 잘했기 때문이겠지? 


Good Job! 


인천공항 도착. 날짜가 변경되어 도착일은 10월 3일이다.

공항버스로 동네까지. 그리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드디어 집이다! 저녁 메뉴는? 당연히 치킨과 맥주다. 

스페인에 다녀왔으니, 맥주에 환타를 섞어서 클라라를 만들어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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