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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인트 Feb 26. 2023

단단한 글짓기? 설계도를 잘 짜자

어떻게 쓸지 미리 구상하고 글을 쓰자

1. 글을 작성하기 전 미리 개요를 짠다. 글의 개요는 건물을 지을 때 설계도면과 같다. 전체 구성을 어떻게 잡고, 어떤 내용들을 어떤 순서에 따라 담을지, 취재원의 멘트는 어떤 부분을 넣을지, 또 시각물은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구상한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설계도가 정교할수록 미려하면서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다. 설계를 잘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귀찮더라도 개요를 먼저 짜고 기사를 쓰는 습관을 들이자. 글에 첨부할 시각물과 사진 유무 여부도 기사 개요에 넣자.


2. 통상 언론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보면 기자들은 매일 데스크에게 기사 발제를 하게 된다. 담당 기자가 자신이 취재한 뉴스를 어떻게 쓸지 보고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 취재하거나 대체할지 혹은 사진부 등과 공조할지 등을 담당 데스크와 기자가 협의한다. 기사 발제를 잘 올려야 데스크가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줄 수 있다.


기사 발제는 글 설계도의 핵심골자다. 기사 발제 후 데스크 OK 사인이 나면, 이를 토대로 살을 붙여 구체적인 기사 개요(설계도)를 짜보자.


3. 단신기사를 제외하고 원고지 매수 8매 기준 이상 글이라면, 전체 글을 크게 리드 단락/첫 본문 단락/둘째 본문 단락 등으로 구분하자. 본문 단락은 가급적 중간 소제목을 달자. 이렇게 구분하면 기사 개요를 짜기가 더 수월하다. 각 단락별 주제를 정하고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작성해 보자.

케이스 스터디 1


기사 발제를 한 후 이를 토대로 어떻게 기사 개요를 짜야하는지 사례를 가정해 봤다. 기사 발제는 데스크에 공식 보고하는 형식이지만, 기사 개요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가 혼자 참조하는 글이다. 자신만의 문체로 기사 개요 패턴을 만들어보자.


기사 발제 예시/


* LGU+ 사이버공격 피해보상책 내놨다…"유심교체부터 소상공인 배상까지"

=9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서 LG유플러스 사이버 공격 및 개인정보 유출 피해보상책 꺼내

=全이용자 유심교체 및 희망자에 한해 전화번호 교체 추진

=디도스 공격 피해당한 소상공인도 피해보상 검토…PC방 등 사업자 요금감면 이뤄질 듯

=정부, 3~4월 중 LGU+에 시정조치 요구할 계획

=현장 사진/LGU+ 검토중인 피해보상안 시각물 첨부 예정


후속 기사 개요 예시/


리드문: LGU+ 사이버공격 피해보상책 내놨다

=LGU+,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개인정보 유출 및 디도스 공격 피해자 피해보상안 내놓기로

=과기정통부-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부처도 실태조사+시정조치 나설 듯

=LGU+ 개인정보 유출 및 연쇄 디도스 공격 사고 개요

첫 본문 단락: LGU+ 全 피해고객 유심 교체...전화번호 교체도 검토(가제)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책 소개

①유심 교체 ②스팸 알림 앱 전체 고객 무상 제공 ③전화번호 교체방안도 검토

두 번째  단락: 인터넷 먹통 PC방 지원 나설 듯(가제)

디도스 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방안 소개

①피해 보상지원 협의체 구성후  PC방 등 소상공인 피해 보상 논의

②일반 소비자 보상 피해 보상안은

LG유플러스 임원 멘트 인용 "피해보상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 번째 단락: 정부, 이르면 다음 달 현장검검 결과 발표...시정조치

과기정통부, LGU+ 개인정보 유출 사태 중대 침해사고 판단, 특별조사 진행하고 있음

디도스 공격 원인분석도 현재 진행 중.

정부 조사결과  발표와 시정조치가 3~4월 중 이뤄질 예정임.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 멘트 소개 "이용약관에 손해배상을 넣는 방법도 검토해 보겠다"



케이스 스터디 2


스트레이트 기사뿐 아니라 칼럼이나 기사수첩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일단 글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개요를 잡고 글을 쓰자. 그래야 썼던 내용을 중언부언하거나 논리가 꼬이지 않는다. 특히 호흡이 긴 글일수록 설계도를 미리 작성해 보자.


*칼럼/[디지털프리즘] 누군가 당신의 아파트를 들여다보고 있다(일러스트 있음)

=사례 제시/편리한 첨단 디지털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잠식한다는 주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소개

=국내 700여 세대 아파트 월패드 해킹사고는 '블랙미러' 속 장면이 결코 영화적 상상력만 아님.

=홈네트워크 해킹피해는 단순 프라이버시 유출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심각한 재산, 인명피해를 줄 수도 있음

=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함. 스마트홈 아파트는 스마트 팩토리(공장)와 더불어 초연결 사회를 상징하는 메카임

=대안으로 첨단 시스템 제조사들의 보안 설계, 이용자들의 보안 점검 등이 시급함.


[디지털프리즘] 누군가 당신의 아파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 가정과 직장에서 평범하게 지내던 한 남자. 어느 날 자신의 노트북에 악성코드가 깔리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아무던 없던 방. 그곳에서 벌인 혼자만의 은밀한 행위가 노트북 웹캠을 통해 고스란히 해커에게 전달된다. 해커는 몰카 영상을 미끼로 주인공과 또 같은 수법에 걸려던 다른 해킹 피해자들을 협박해 은행까지 털게 한다.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첨단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잠식한다는 주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 시리즈 중 한 에피소드다.

# 국내 700여 세대 아파트 월패드(홈 네트워크 기기)가 해킹돼 입주민들의 사생활 영상이 유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 가장 편하고 안전한 장소로 믿었던 '안방'이 해커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해커가 빼낸 데이터에는 거주자가 옷을 벗고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이보다 더 은밀한 사생활 영상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축 아파트라면 거실에 한 대씩 장착된 월패드가 몰카로 악용될 줄이야. 해커는 이들 불법 영상을 자신들이 주로 거래하는 웹사이트에 팔려고 시도했다. 이들 영상을 미끼로 입주민들을 협박하는 2차 범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섬뜩한 일이다. '블랙 미러' 속 장면들이 결코 영화적 상상력만은 아닌 셈이다. 실제 얼마 전 가정용 IP카메라를 해킹해 거주자의 사생활을 몰래 엿보는 사이버 범죄가 적발되기도 했다.

홈 네트워크가 공격을 당할 경우, 그 피해는 프라이버시 유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가령, 해커가 월패드 시스템을 장악했다면 도어록도 풀 수 있다. 거주자가 외출한 아파트 빈집만 골라 아무런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다. 난방 기능을 작동해 보일러를 펄펄 끓게 하거나 집안의 모든 조명을 켜 전기료 폭탄을 물게 할 수도 있다. 재산·인명 피해는 물론 급격한 사회적 혼란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패드 해킹사고에 이어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설비자동제어시스템 서버가 해킹되는 사고도 있었다.

# 초유의 아파트 해킹사고는 초연결 사회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홈 아파트는 스마트 팩토리(공장)와 더불어 초연결 사회를 상징으로 메카다. 거주자의 얼굴과 목소리로 자동으로 문을 열고 스마트폰 하나로 어디에서든 집안 냉낭방·조명·가전·보안 관리까지 할 수 있는 '꿈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조명기기는 물론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기기들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돼 집안 자체가 또 하나의 컴퓨터로 바뀌고 있다. 건설사와 운영업체들이 스마트홈 시스템의 편리함 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보안 사고의 위험성이 간과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일련의 사고들은 성급하게 내달려온 초연결 사회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 아닐까.

# 사물인터넷(IoT)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당시부터 사이버 위협요인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이른바 '보안 설계'를 반드시 해야 한다. 건축법 등 제도 개선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급수부터 냉난방·전력 관리 부문과 같이 서버 보안 관리(위탁 포함)도 이제는 필수 점검 항목이다.

사이버 위협이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만큼 이용자들 스스로 보안 점검을 생활화해야 한다. 서비스 개발사나 운영사가 아무리 잘 관리한다 해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다. 모든 가전기기와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될수록 해커의 침투 경로 또한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다. 소프트웨어는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는 비밀번호를 꼭 걸어두자. 당장 월패드, 노트북, 스마트TV에 달려 있는 카메라 렌즈부터 스카치 테이프를 붙여놓자. 굳이 쓸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해커들이 노리는 건 당신의 귀찮음과 방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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