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진흥법이 따라오지 못한 여행의 변화에 대하여
왠지 그럴듯해 보인다.
국가가 지정하고, 계획이 있고, 이름도 공식적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굳이 관광단지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요즘 우리가 다녀오는 여행지를 떠올려보자.
작은 숙소 몇 개가 모여 생긴 동네
카페와 공방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골목
캠핑장, 해변, 산책로, 마을 축제
워케이션 공간, 체험 프로그램, 로컬 식당
이 중에서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단지”여야만 가능한 게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다.
관광단지가 아니어도
다른 법과 제도로 충분히 만들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진 곳들이
지금 가장 잘 돌아가고 있다.
관광단지는 종종 이렇게 설명된다.
“체계적인 관광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체계라는 말이
항상 효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광단지는
관광을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아니라,
행정이 선택해 온 하나의 방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 방식이
지금의 여행 방식과 점점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진흥법에 규정된 관광단지를 들여다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관광단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이 흐릿하고
운영에 대한 기준은 약하며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지는 거의 적혀 있지 않다
지정은 있는데,
그 다음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관광단지는
지정되는 순간이 가장 화려하고,
운영 단계로 갈수록 조용해진다.
이건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빈칸에 가깝다.
우리가 기억하는 좋은 여행지는
대부분 이렇게 생겼다.
누가 크게 계획하지 않았고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고
서서히 쌓여 만들어졌다
이곳들은
“관광단지”라는 이름 없이도
사람을 끌어들였고, 돈을 벌었고,
다시 찾게 만들었다.
오히려
관광단지라는 틀에 들어간 순간,
이런 자연스러움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관광단지가 왜 필요한가?”가 아니라
“관광단지가 아니면 안 되는 게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관광단지라는 개념은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관광은 이미
하나의 단지 안에 갇혀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점과 점을 이동하고,
경험과 경험을 엮는다.
관광의 단위가 바뀌었는데
법은 아직도 ‘단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필요한 건
관광단지를 더 만들지 말자는 선언이 아니다.
어디든 관광이 될 수 있도록
굳이 관광단지가 아니어도
잘 되면 크고, 안 되면 접을 수 있게
이런 유연한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관광은
계획으로 시작하기보다
선택으로 완성된다.
그 선택을 가로막는 개념이라면,
아무리 오래된 제도라도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관광을 키우기 위해
관광단지를 만든 게 아니라,
관광단지를 유지하기 위해
관광을 끼워 맞춰 온 건 아닐까.
이제는 한 번쯤
이 질문을 해도 될 것 같다.
“관광단지 없이도
관광은 충분히 잘 굴러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