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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Nov 14. 2022

6.1.7 현장체험학습의 필요성

  현장체험학습은 원래 '소풍'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였던 학교의 활동 중 하나이다. 학생들이 소풍은 평소에 학생들이 가보지 못한 장소를 가봄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당일치기인 소풍과 숙박형 프로그램인 수학여행으로 각각 시행되었다.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 제도 존재에 대한 교사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그들의 의견이 꼭 설득력 없지만은 않다. 오늘은 학교 현장에서 어떤 이유에서 현장체험학습의 무용론 혹은 폐지론이 나오고 있는지 분석하고 현장체험학습이 사라져야 할 제도인지에 대해 내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현장체험학습의 무용론의 가장 큰 근거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들면서 부모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게 되어 이미 어렸을 적부터 자녀들의 경험을 위해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고 있고(심지어 해외까지!!!)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당장 이번 주말이라도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학교에서 1년에 한두 번 가는 현장체험학습에 비해서는 많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더 이상 학교에서 실시하는 현장체험학습이 굳이 소중한 경험은 되지 않으며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이 없음에도 스스로 현장체험학습을 포기하거나 참여하더라도 많은 불평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반면 현장체험학습 폐지론은 현실적인 부담에 기인한다.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준비는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일단 수익자 부담의 사업이기에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하여야 하고 안전을 위한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코스마다 학생들의 동선 및 안전을 꼼꼼하게 계획해야 하고 그만큼 많은 교사들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현장체험학습 현장에서 학생들의 지도는 교사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약조건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이제 학교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은 주요 업무 부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무용론과 연결하여 필요 없는 제도를 굳이 유지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교사들 사이에 들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현장체험학습은 없어져야 할 제도일까? 일단 내 생각은 ‘아니다’에 가깝다. 현장체험학습 폐지에 대한 논의는 그것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즉, 현장체험학습의 존폐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현장체험학습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가이다. 현장체험학습은 변화하는 사회에 학생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은 제도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현장체험학습을 사회에 맞추어 다른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다.


  기존의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을 ‘어디로’ 데려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이었다.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가 현장체험학습의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보는지’ 보다 무엇을 ‘느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예전의 현장체험학습도 당연히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였다. 하지만 예전의 현장체험학습은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 자체가 학생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였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것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기존의 접근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우리가 장소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학교에서 학교 중심의 현장체험학습 계획보다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모든 진행 과정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경험을 결정해보게 함으로써 이론 중심의 교실 수업에서 벗어나 실제 체험교육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현장체험학습에서는 더 이상 어디를 가는지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어떠한 의사결정과 의미부여를 통해 장소를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는지가 더 중요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학생 주도형 수업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왜 굳이 현장체험학습인가라는 물음이 남게 된다. 학생 주도형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학교가 짊어져야 하는 현장체험학습의 부담은 전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아니 오히려 심해질 수 있다. 학생 주도형 수업 중 가장 곤란한 것이 학생들의 의견 조율을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장체험학습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이는 공동체 활동과 실제 경험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다. 개인주의 사회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다른 사람과의 공존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은 무척 소중하다. 특히 자아가 형성되는 학생들에게 타인과의 공존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처를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청소년기는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체육대회, 현장체험학습 등이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학교라는 사회의 연습공간을 벗어나 실제 사회에 녹아들어 경험을 제공받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그러한 다양한 활동이 관습적인 영역으로 남아서는 안된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교육도 이에 맞추어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교육경험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교육의 후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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